걱정을 잊어보자
걱정을 잊어보자
  • 경남일보
  • 승인 2012.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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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석 (전 언론인)

큰 걱정, 작은 걱정, 걱정 많은 세상이다

70여 가구가 사는 우리 마을에서도 한두 가지 걱정거리 없는 집이 없는 것 같다. 암 말기로 “6개월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은 아흔살 할아버지는 “빨리 죽어야 할텐데 큰일”이라며 걱정이다. 해마다 고추밭에서 수백만 원의 수입을 올려 추석이면 며느리, 손자·손녀에게 용돈이라며 나눠주던 여든살 할아버지는 가뭄과 태풍으로 고추농사를 망치는 바람에 올 추석에는 아이들을 실망시키게 됐다고 걱정이다.

일흔다섯 할머니는 “과일과 생선값이 너무 올라 제사상을 제대로 차릴 수 없게 됐다”고 걱정이다. 포클레인 기사인 50대 김씨는 “아내가 명절 때만 되면 땡벌로 변한다”며 걱정이다. “시부모 모시고 농사 짓고 살림하고 설, 추석 음식 준비하느라 바쁜데 거들어주는 사람은 없고 시부모는 잠깐 다녀가는 동서들만 챙긴다”며 남편에게 화풀이를 한다는 것이다.

참 좋을 때다. 덥지 않고 춥지도 않아 좋다. 황금빛 들판을 보면 먹지 않아도 배부를 지경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대목에는 80노인까지 온 마을 사람들이 나와 동네 청소를 한다. 명절이라 찾아오는 객지의 피붙이들을 깨끗한 환경에서 맞기 위해 쓰레기를 줍고 길가의 물을 제거하고 정자나무 밑 쉼터와 버스정거장을 쓸고 닦는다. 그런 다음 함께 식사하면서 환자 있는 집에 대해 함께 걱정한다.

때가 때인지라 이번 추석에는 부모형제, 4촌 6촌들이 모이면 대통령 선거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는 가정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대선후보 캠프에서는 “추석 연휴 민심이 중요하다”며 가정토론회에서 자기 후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묘안을 찾기에 바쁠 것이다. “어떤 문제가 많은 사람들의 걱정거리인지 파악하고 그에 대한 공약을 만들자”거나 “교통체증이 심할 때는 라디오 청취율이 높으므로 라디오 활용대책을 세우자” 등의 말이 오갈 것이다.

걱정도 갖가지다. 어떤 심리학자는 방송에서 “걱정을 많이 하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걱정은 간단할수록 좋다”고 했지만 간단히 끝낼 수 있는 걱정이라면 어디 걱정이겠는가.

사서 하는 걱정은 떨쳐버리고 걱정을 사전 차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게 맞는 답일 것 같다. 어려운 형편을 설명하는데 손 벌릴 자식이 있겠는가? 명절증후군을 앓는 아내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돕는다면 아내는 땡벌에서 꿀벌로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걱정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번 추석에는 높은 하늘의 둥근달을 보면서 어른, 아이가 손잡고 다같이 “파이팅”이라도 외쳐보자.

“파이팅”으로 가족화합을 다지고 잠깐이나마 걱정을 잊어보자. 

이규석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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