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석 (전 언론인)
큰 걱정, 작은 걱정, 걱정 많은 세상이다
일흔다섯 할머니는 “과일과 생선값이 너무 올라 제사상을 제대로 차릴 수 없게 됐다”고 걱정이다. 포클레인 기사인 50대 김씨는 “아내가 명절 때만 되면 땡벌로 변한다”며 걱정이다. “시부모 모시고 농사 짓고 살림하고 설, 추석 음식 준비하느라 바쁜데 거들어주는 사람은 없고 시부모는 잠깐 다녀가는 동서들만 챙긴다”며 남편에게 화풀이를 한다는 것이다.
참 좋을 때다. 덥지 않고 춥지도 않아 좋다. 황금빛 들판을 보면 먹지 않아도 배부를 지경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대목에는 80노인까지 온 마을 사람들이 나와 동네 청소를 한다. 명절이라 찾아오는 객지의 피붙이들을 깨끗한 환경에서 맞기 위해 쓰레기를 줍고 길가의 물을 제거하고 정자나무 밑 쉼터와 버스정거장을 쓸고 닦는다. 그런 다음 함께 식사하면서 환자 있는 집에 대해 함께 걱정한다.
걱정도 갖가지다. 어떤 심리학자는 방송에서 “걱정을 많이 하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걱정은 간단할수록 좋다”고 했지만 간단히 끝낼 수 있는 걱정이라면 어디 걱정이겠는가.
사서 하는 걱정은 떨쳐버리고 걱정을 사전 차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게 맞는 답일 것 같다. 어려운 형편을 설명하는데 손 벌릴 자식이 있겠는가? 명절증후군을 앓는 아내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돕는다면 아내는 땡벌에서 꿀벌로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걱정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번 추석에는 높은 하늘의 둥근달을 보면서 어른, 아이가 손잡고 다같이 “파이팅”이라도 외쳐보자.
“파이팅”으로 가족화합을 다지고 잠깐이나마 걱정을 잊어보자.
이규석 (전 언론인)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