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주례사
딸의 주례사
  • 경남일보
  • 승인 2012.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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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식(진주 선학초등학교 교장)

이보다 더 기쁜 날이 있을까. 이보다 더 귀한 날이 있을까. 이 세상 최고의 날, 그날은 바로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유리 네가 태어난 날이란다. 3460그램의 작은 몸으로 태어나면서 깜짝 놀라 울던 너의 고고지성은 부부만의 가정에서  엄마·아빠와 딸로 구성된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는 우렁찬 선포가 아니겠니.

앙증맞은 몸짓과 까르륵거리는 웃음소리는 가족 모두의 기쁨이 되고 허전한 집안을 한순간에 꽉 차게 만들었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모습은 어떠한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행복을 선물해 주었단다. 어릴 때 몸이 약해 자주 아프고, 감기만 들면 목이 아프고 열이 많아 물수건과 좌약으로 열을 내리고 그도 안 되면 병원으로 달려가곤 했었지. 이름이 유리라서 약한 게 아니냐고 투정을 하면 커서 강철(예비 신랑의 이름은 강웅철로 길게 발음하면 강~철로 들림) 같은 신랑을 만나야 된다고 위로하곤 했지.

서너살 되었을 무렵 네 머리카락 색깔이 거의 노란색에 가까워 아빠가 외국사람이냐는 놀림도 받았었지. 그때 아빠가 영어공부를 많이 할수록 네 머리 색깔이 더 노래지는 것 같다는 농담으로 널 달래기도 했었단다.

운동회 때 달리기를 하던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달리기는 하는데 마치 뒤로 달리는 느낌으로 3명 달리면 3등, 4명이 달리면 4등, 어쩌다 앞에 달리던 친구가 넘어지는 경우에 3등을 해서 공책을 상으로 받고 좋아하던 모습도 생각나는구나. 아무 탈 없이 예쁘고 착하게 자라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고, 매일 야간 자율학습을 마칠 때쯤 차로 마중을 나가던 때는 힘들기도 했지만 엄마가 만들어준 야채즙을 먹으면서 얘기 나누던 즐거움도 컸단다.

마음 같아서는 한 백년 같이 살다가 보내고 싶지만, 어차피 몇 십년은 일찍 떠나야할 인생이니 서운함은 뒤로하고 축하와 함께 그동안 네 엄마와 함께 살아오면서 터득한 잘 살아가는 비법을 몇 가지 알려 주마.

흔히들 결혼을 사랑의 구속이라고들 하더구나.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자유란다. 상대방을 나에 맞춰 변화시키려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구속이 생긴단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여유를 주면, 네게도 그 이상의 자유로움이 생긴단다.

어느 날 거울 앞에 선 네가 “아빠, 이 턱 부분 조금만 줄이면 완벽한데…”라는 얘기를 종종 했잖니. 애야, 완벽한 사람은 없단다. 생활이나 생각에서 너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이 닮은 상대에게 관심을 보이고 사랑으로 발전하여 한 가정을 이루게 될 때 완벽을 추구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둘이 하나 되어 더 큰 하나로 거듭나는 오늘이 더 기쁘고 귀한 인생의 출발점이 되길 바라며, 무지 사랑한다.

정호식(진주 선학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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