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출사표의 함의(含意)
안철수 출사표의 함의(含意)
  • 경남일보
  • 승인 2012.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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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한국정치의 가장 큰 특징은 극단적인 불확실성이다. 총선이든 대선이든,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은 무정형적이고 불가예측적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 한국정치이기 때문이다. 사회 인적자원의 보호논의와는 별도로 ‘안철수 바람’은 한국 민주주의의 병리적 측면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될 수 있다. 대선 정치상황에서 정치인이 아니었던 일반 시민 한 사람에 의해 정치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한국 정당정치의 위기로 진단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리 정치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안철수 현상의 본질은 정치변화에 대한 민심의 갈망을 대변하는 것이며, 각 정당과 정치세력의 무능이라는 정치적 공백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전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지율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양보했던 전례 없는 행보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당시 대선을 위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인지는 몰라도 정당정치에서는 있기 어려운 정치행태다. 지금까지 한국 정치사에서 제3의 후보가 성공한 전례가 없는데 그 귀추가 궁금하다.

요동치는 정당정치 바람직하지 않아

240여 년 동안 당명을 거의 바꾸지 않는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정당정치의 유용성을 얘기할 수 있지만, 한국처럼 130번이나 넘게 정당과 당명을 바꾼 나라에서는 사회운영 비효용의 심원으로 볼 수 있다. 정당정치는 조직과 대표성을 전제로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그 과정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정당정치는 민의를 수렴하고 사회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여러 문제를 상황에 걸맞은 입법으로 풀어나가는 효율적 제도로서의 신뢰를 가지는 대안도출의 제도적 장치다. 현안을 시스템으로 수렴 여과시켜 사회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당정치가 요동치고 무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당은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을 통해 안 후보를 겨냥, ‘국정은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불확실한 미래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대통령으로서 위기돌파 능력이 있는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검증되고 예측 가능한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정당을 타기시하는 국민들이 있다는 것은 정치권이 깊이 반성할 일이다.

정치공학적으로도 ‘안철수 현상’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정치세력도 없고 정치경험도 전무하다. 대선을 80여 일 앞두고 그간 공들여왔던 여당과 야당후보를 넘어서 지지율 1위에 넘나든 것은 지금까지 유례가 없고, 정당정치의 틀에서 보면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그러나 현실이다. 우리 정치에서 80여일은 긴 시간이다. 출마회견에 특별히 새로운 내용도 없는데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큰 흐름은 정치적 반사이익의 틀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그리고 정치적 생산성을 국민들에게 직접 확인시켜주지 못하는데서 비롯되는 일이다. 정리하면 안 교수는 정치권의 변화와 쇄신에 대해 진정성과 대담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바람에 기인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기성 정치타파를 과격하게 외칠수록 ‘새 정치’의 내용도 파격적이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경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유심히 지켜 볼 일이다. 새로운 것은 신선하고 희망적인 기대를 준다. 안 교수가 터 잡는 정치적 공간은 바로 이곳이다. 안 교수도 대선출마 선언과 동시에 공적인 정치인이다. 정치인의 발언은 구체성, 현실성,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정치행보가 제대로 읽혀지지 않는다. 무소속 후보로 갈 것인지 신당을 창당할 것인지,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정책 콘텐츠 개발도 촉박함이 읽혀진다. 이미지는 참신하나 능력과 정책은 검증돼 있지 않다. 이는 안 교수 출마 동력의 원천의 관건을 구성하고 있다.

정치적 인과성과 예측성을 높여야

정치개혁 문제는 개별적인 한 인물, 한 개인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개혁의 범위나 지속성은 개인의 경우 그 영향력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의 개혁방안은 '정당정치의 복원'에서 가능하다. 정당을 ‘정책정당’시스템으로 변화시킴으로써 개혁의 지속성, 체계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치가 악순환을 끊고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면 극단적인 불확실성을 줄이고 정치적 인과성과 예측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것은 책임정치의 기반을 다지는 일에서 시작될 수 있다. 그래서 정치의 올바른 개혁방향은 '인물정치로의 퇴행'이 아닌 '정책정당에 의한 정당정치로의 진화'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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