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무덥던 여름도 서서히 물러나면서 아침 저녁으로 날이 제법 선선해지는 이때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고향과 부모를 찾는 민족 대이동이 오늘 오후부터 시작된다. 관계기관은 교통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물가가 치솟아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하지만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경기불황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면서 실업자 대열에 합류해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추석 연휴는 일부 직장은 오늘 오후부터 연휴를 시작, 오는 10월 3일까지 최장 6일간의 황금연휴를 보내는 곳도 있어 결코 짧지 않은 연휴다.

▶여느 때처럼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그리운 고향에 가 있다. 고향을 방문할 사람들은 가까운 친지들과 훈훈한 정을 나누기 위해 선물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주부들은 제사상에 올릴 제수용품 장보기에 분주하다. 하나 올 추석은 태풍, 각종 재난 등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한숨과 절망 속에서 힘들어하는 서민들이 더 많아져 따뜻한 도움이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갈수록 시골 고향의 모습은 사뭇 달라지고 있다. 나이든 어른들만 고향을 지킴으로써 황량하기까지 하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멈춘지 오래됐고, 학생 수가 줄어 문을 닫는 학교는 매년 늘어가고 있다. 더구나 올해는 가뭄과 폭염, 초강력 태풍 ‘볼라벤 ’, ‘덴빈’, ‘산바’ 등 3번이나 강타, 농경지의 침수, 낙과 피해 등 수확을 기다리던 농가의 시름은 깊어져 가고 있다.

▶태풍과 이상기후로 과일 등 일시적인 국내 농산물 가격의 오름세에 따라 차례상마저도 수입산으로 올리려는 사람들이 늘 수밖에 없어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추석 명절은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며 풍성한 결실을 영글게 해주신 데 대해 햇곡식과 과일로 조상님께 감사의 표시를 해 왔지만 올해는 경제도 너무 어려워서 서민들은 우울한 추석을 보내게 됐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