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원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요즘도 여전히 CEO 들의 화두로 혁신(Innovation:革新)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혁신은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하는 것’, ‘묵은 조직을 바꿔 새롭게 하는 것’ 또한 ‘마음의 가죽을 벗겨 새롭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되는 것을 원하지만 막상 혁신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자기는 혁신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먼저 혁신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것은 혁신 속에는 솔개와 같은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혁신이 고통 때문에 머뭇거린다면 그것을 즐기면서 할 수는 없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혁신 앞에 놓인 고정관념, 안일주의, 보신주의, 우월주의가 심하게 저항하면서 고통을 유발시킨다. 그때에 필요한 것이 감동을 담고 있는 정서(Emotion:情緖)인 것을 알았다.
1992년 봄에 사장님 한 분을 만났다. 그는 부산기계공고를 졸업한 후 대구에서 시제품을 가공하는 업체를 경영하였고, 국내에 정평이 나있는 연구소들이 시험용 부품가공을 의뢰해 오므로, 녹색 잔디밭 위에서 잡초를 뽑으면서 가공을 위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에 안간힘을 쓰다보면, 스트레스로 인한 삭막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개발한 스트레스 해소법은 토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북과 장구를 들고 산속 깊숙이 들어가 창(唱)을 연습하는 것이었다. 한참 창을 연습하고 나면 한주간의 스트레스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지면서 머리가 맑아온다고 했다. 그 맛으로 토요일을 기다리면서 피곤을 거뜬히 이길 수 있었다. 그 후 그는 한양공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더 놀라운 것은 전국명창대회에서 장원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정서가 혁신을 이끌었던 감동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대한민국은 혁신 때문에 너무 피곤하다. 그것은 정서를 배제한 채 오직 혁신만을 강조한 결과이다. 이제 잠시 여유를 내어 정서생활에 투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윤중원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