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진 기자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을 받아 가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백범 김구, 나의 소원 中>
김구 선생은 암흑같은 일제치하기에서도 문화강국이라는 우리 민족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그리고 반백년의 시간이 훨씬 지나 그의 소원이 하나 하나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에서 대유행하고 있다. 나라를 건너, 인종을 넘어 세계인이 말춤에 푹 빠져들었다. 벌써 뮤직비디오 조회건수가 3억건을 넘어섰다고 하니 가히 열풍이다. 이같은 한류 열풍은 10여 년 전부터 서서히 불기 시작했다. 우리 드라마, 영화 등이 아시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K-팝이 세계 음악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인터넷은 K-팝의 패러디물이 속속 양산되고 있고, 남미, 유럽, 미국, 아프리카, 중동에 이르기 까지 한국어로 된 한국음악, 드라마를 보는게 더 이상 낮설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일반 대중 속으로 K-팝이 파고들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세계인들은 그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또다른 한류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전쟁, 폭력시위 등 과거 한국의 부정적인 면만 보도하던 외국 언론들이 앞다퉈 한국의 멋과 미, 문화를 적극 소개하고 있다. 자연스레 세계 속 대한민국의 위상이 쑥쑥 성장하고 있음이다. 이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며 어리둥절할 뿐이지만, 자라나는 젊은 세대는 우리 것에 대한 민족 자부심이 대단하다.
백범 김구선생은 왜 이같은 소원을 꿈꿨을까. 그것은 문화가, 인종과 나라, 정치와 군사, 경제보다도 뛰어넘는 개념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문화를 발전시키고, 이를 전세계에 널리 전해서 궁극적으로 세계평화에 이바지 하는 한민족의 미래. 그것이 시공간을 초월해 진정 강한 조국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문화강국이라는 조국의 미래를 후손들이 실현해 주길 바랬을 것이다. 일제치하에서도 마치 이 시대를 예견이라도 한 듯한 그의 선각자적인 면모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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