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전형자료의 신뢰성 공정성 확보를 위해
대입 전형자료의 신뢰성 공정성 확보를 위해
  • 경남일보
  • 승인 2012.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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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유 (진주교육대학교 총장)

올 초 감사원에서는 농어촌 특별전형을 악용한 부정입학 사례를 적발해 해당 대학으로 하여금 해당 학생들의 입학을 취소토록 했다. 전형이 요구하는 농어촌 거주 요건 충족을 위해 학부모가 주민등록을 읍·면 소재지로의 위장 전입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1995년 농어촌 특별전형이 도입된 이후 대규모의 입학 취소 사태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형을 악용해 부정입학한 대학에는 서울의 유명대학과 지방 거점국립대학이 다수 포함돼 충격을 더했다. 또한 지난 18일에는 서울의 모 사립대가 2012학년도 대학입학 전형에서 지적 장애 여중생의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사실을 숨긴 교사의 추천서로 합격해 재학 중인 1학년 학생의 입학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전시교육청에서는 이와 관련된 허위 추천서를 제출한 고등학교의 교장, 담임 및 부장교사에게 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내리도록 학교 재단에 요구했다. 그가 2012년 모 대학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지원하자 담임교사는 ‘봉사왕’으로 묘사한 추천서를 써 주어 합격하도록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과 교사가 작성한 자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근간을 무너뜨린 행위다. 대학이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이 재학생의 고등학교 시절 이력과 허위 추천서를 문제 삼아 입학 취소 결정을 내린 일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같은 일은 앞으로 학교 폭력의 억제는 물론 교사추천서와 자기소개서 허위 작성을 미연에 예방해 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공정하고 신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담당자들의 의식을 개혁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란 현재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성적만으론 파악이 힘들었던 학생 개인의 재능을 다각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로 2007년부터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각 대학이나 전공에 따라 추구하는 인재상이 다르기 때문에 대학들은 저마다 부합하는 신입생을 선발하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입학사정관들도 이제는 기계적 잣대로 지원자들의 자료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전공에 부합하는지, 잠재력과 가능성이 높은지, 창의적 사고력은 높은지 등을 세밀한 기준으로 냉정하게 평가하도록 교육받고 있다. 입학사정관은 여러 가지 자료 중 자기소개서를 통해 지원자를 상상하고 평가하는, 서면으로 보는 면접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기소개서를 보고 지원자의 지원 분야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 관련 경험은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가, 가능성과 잠재력은 어느 정도인가, 학업계획과 비전 그리고 포부 등이 명확한가 등에 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평가한다. 이처럼 중요한 기초자료가 엉터리로 작성된다면 입학 전형자료 전반에 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최근 들어 입학사정관제의 두 축인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를 대필해주는 업체들도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업체들은 ‘서류를 잘 꾸며야 합격할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파고들어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를 대신 써 주는 것은 물론 봉사 시간을 늘리는 등 실적 부풀리기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수도권의 한 학원에서는 입시상담, 자기소개서, 자료준비, 대면 상담 등을 합해 수백만원을 요구하기도 한다니 입시를 담당하고 있는 학교 당국으로서는 허탈하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당국에서는 입시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의 기법들을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고등학교 DB의 철저한 검토, 공정성 확보시스템, 회피·제척시스템을 도입 적용하기도 하고 일부 대학에서는 지원자가 자기소개서를 즉석에서 쓰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대학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부모들의 그릇된 교육열이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서 이제 겨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제안되고 정착되어가는 농어촌 특별전형과 입학사정관제도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뿌리째 뽑히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작금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노력에 교육과학기술부와 대교협 등 관련 당국이 함께 고민하면서 지원해주고 무한한 신뢰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제도가 초기의 추진 의도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으려면 국민 의식 개혁을 통해 부정을 저지른 사람은 당연히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발각될 경우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국가의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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