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표현의 자유
  • 경남일보
  • 승인 2012.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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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식 (진주 선학초등학교 교장)
인간은 표현 욕구를 지니고 있어 내 속의 뭔가를 밖으로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문학, 그림, 조각, 음악, 무용 등 온갖 언어와 몸짓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본능적이기도 하지만, 또한 드러내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고, 표현함으로써 내부에 응어리진 것들이 해체되어 정신은 자유로워지고 더욱더 넓어짐을 느끼게 됩니다.

뭔가를 표현하려면 사물을 외부로부터 수용하고 자기화한 후 표현하게 됩니다. 가끔은 우리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를 주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가정이든 학교든 어디에서나 어린이들이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말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의 어린이들이 그처럼 호기심 많게 매사를 질문을 통해 배우려고 할 때, 우리 어른들은 얼마나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사고를 확장하도록 질문에 답해 주었는지, 질문할 기회를 주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지금 와서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계발한다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은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아니면 미리 싹을 잘라 놓고 지금 와서 물을 주는 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표현하는 기회를 박탈할 뿐 아니라 그 반대로 많은 것을 집어넣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봅니다. 어른들의 기준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을 지식이나 교과라는 이름으로 억지로 공부시키는 건 아닌지, 좋아하지도 않은 일들을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혹은 부모 자신의 기대로 억지로 시키는 건 없는지 생각해 봅니다.

돌로 아름다운 조각을 한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나는 아름다운 모습을 조각한 것이 아니라 돌 속에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단지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했을 뿐입니다”라고 한 말은 학생들의 내부에 있는 아름다운 모습은 기다려 주고, 기회를 주고, 도와주면 실현될 수 있다는 의미로 생각됩니다.

또한 이와 같은 기예도 중요하지만 그런 기예를 여러 사람 앞에서 혹은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용기는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이라 생각됩니다. 그 사랑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은 자신을 맘껏 표현하는 용기를 갖게 할 것입니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그것을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처음부터 좋아하고 즐기기는 어렵습니다. 머리로 이해하고 몸으로 익혀 가슴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단계에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온갖 어려움을 겪고 고통을 느끼는 과정을 통과해야만 합니다.모든 학생들이 이러한 과정을 겪고 어른들의 사랑과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진정한 자기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정호식 (진주 선학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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