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인지, 책사인지, 모사꾼인지 분간 안되는 한탄
멘토인지, 책사인지, 모사꾼인지 분간 안되는 한탄
  • 경남일보
  • 승인 2012.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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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훌륭한 대통령을 뽑지 않으면 앞으로 5년이 아니라 50년, 더 나아가 100년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60년 헌정사상 단 한 사람도 떳떳하게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성공한 대통령’을 보지 못했다. ‘빅3’후보들의 3인 3색 행보 속에 마치 전쟁 같은 대선이 되다보니 예비후보들 간에 서로 헐뜯는 말을 죄 듣다 보면 대통령이 될 만한 위인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대선 캠프는 ‘집토끼 붙잡기와 산토기 인재영입 모셔오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학자로서 양심을 던져버리고 세상에 아부하는 곡학아세(曲學阿世)로 이어져 상아탑의 순수성에 먹칠하고 교육적 뒤틀림을 가져온 정치선비라는 교수, 전직 고위공직자, 정치인 중에는 권력만을 쫓는 전형적인 ‘영혼 없는 정상배(政商輩)’도 있다. 혹독한 검증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후보들도 ‘무결점’의 삶을 살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보수우파에 편승, 30년이 훨씬 넘게 권력의 단물을 죄다 빼먹고, 그게 떨어지니 다른 후보 쪽으로 바꿔 멘토 행세를 하다가 퇴짜를 맞고 망신을 당하더니, 다른 당으로 훌쩍 날아간 배신을 두고 어느 칼럼에서는 ‘변신술이 인간문화재급’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했다. 마치 카멜레온 같이 보인다.

‘영혼 없는 政商輩’들의 변신술

후보 중에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청문회 때마다 단골메뉴인 다운계약서와 판자촌 재개발 아파트 ‘딱지’ 매입, 논문표절, 귀족 군 생활과 위수지역 이탈 등의 겹악재 의혹에 대해 사과와 해명을 했지만 말과 실제가 왜 이렇게 다른 언행 불일치의 2중적인 삶에 실망이 크다. 입으로 새정치를 말하지만, 행위는 구태의연한 인물 같다. 말은 성인 같지만 검증에서 드러난 실제 삶은 말과 행동의 괴리가 커 ‘속인(俗人)’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운계약서 상습 전문가 등으로 ‘사과·해명 시리즈’는 보기에 민망하다. 국민에게 일벌백계를 받는 심정으로 후보직을 사퇴 하는 것이 옳다.


국감 등에서 메가톤급 검증이 아니라도 통치자는 도덕성과 청렴성면에서 국민의 사표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티끌 하나 없는 순진무구한 도덕군자 같은 조건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정치인은 어디까지나 정치인이지, 성자나 철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도덕성과 청렴성면에서 평균이상 수준의 평가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지도자로 믿고 따를 것이다. 앞으로 5년은 실타래처럼 얽힌 복잡한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예비후보들은 제대로 성공한 대통령이 과연 몇 명이나 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후보는 국가, 사회, 민족을 위해 장차 어떤 웅대한 일을 할 것인지 정치비전을 국민이 알도록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정치가 만신창이가 된 것은 이념과 정책이 구시대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치의 기본 내지 원칙이 파괴되고 있다. 공약·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각 후보의 자질이다. 역대 대통령의 재임 중에 ‘술안주감’으로 대통령을 힐난하는 ‘대통령 시리즈’가 한때 유행했다. 대통령을 잘 뽑아야 미래가 밝아질 텐데, 걱정스럽기도 하다.

 3000만 명이 고향을 찾은 ‘밥상머리 대화여론’이 이렇다 저렇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추석 연휴 기간에 형성된 민심에 따라 지지율의 변화로 크게 출렁거릴 것은 분명해 보인다. 추석민심이 곧 천심이기 때문에 후보들은 민심에 답을 해야 한다. 국민의 삶과 국가의 운명을 책임질 적임자가 누구인지 고민이 많다. 76일 남은 기간동안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지만 아직도 소중한 한표를 누구에게 찍을까, 고민이 많다. 어떤 기준으로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본 유권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현재 심각한 것은 경제문제, 교육문제에다 청년백수는 증가하고 있고,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 대학교육을 받아도 일자리가 없다. 비정규직은 늘어만 가고 있다.

역대 대통령 재임 중 ‘술안주감’되기도

승부가 상대방의 약점을 얼마나 잘 발견, 폭로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희망과 잘 살 수 있는 내일을 보여 줘야 한다. 역대 대통령 선거를 보면 수개월 전에 이미 승부가 결정이 난 경우도 있었으나 이번은 76일을 남겨두고도 당략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국의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다’고 했으나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하늘이 아닌 민심’이 결정한다. 대선이 다가 올수록 정치 모사꾼들이 한철을 맞으면서 ‘멘토인지, 책사인지, 모사꾼인지’ 분간도 안되자 정치도리와 윤리가 땅에 떨어졌다는 한탄도 나온다. ‘빅3’후보들은 하고 싶은 말만 하지 말고 민생문제 등 국민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는 질문에도 적극적으로 답해야하고, 추석민심 봤으면 정책·인물 경쟁을 제대로 하라.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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