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한 돌덩이로 누워 있었다.
제 형체 허물지 않고 굳게 버텨
오늘 세상에 당당히 말한다.
'나 존재했었노라'고….
-김수안 <나뭇잎 화석>
존재의 아이덴티티는 아픔을 전제로 한다. 균열의 아픔을 간직하지 않고서 어찌 “나 존재했었노라” 말할 수 있겠는가. 제 형체 허물지 않고 굳게 버텨 세상에 당당히 말하는 것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나뭇잎이 나뭇잎임을 드러내기 위해서 갈라지고 찢어져 있는 저 잎맥을 보라. “아프니까 청춘이라” 했던가. 그렇다. 상처 없는 영혼은 어디에도 없다.
/이상옥,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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