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여! 이것을 아는가
젊은이여! 이것을 아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2.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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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학수 (수필가, 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젊은이여, 세탁소집 아들이 미국 본토에서 처음으로 뉴저지주 에디슨시(市)의 직선 시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가. 10만 시민 중에서 한국인은 불과 3000명에 지나지 않는 소수민족이지만, 이국의 넓은 대륙에서 똘똘 뭉친 대한민국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고나 계시는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 그 시절 일기장, 세 살 어린 나이로 부모님을 따라 아메리카 땅으로 이민간 최준호씨. 그의 부모님은 이른 새벽부터 밤중까지 꼬박 20여년 간 세탁소를 운영하였다. 최 시장의 말이 더욱 머리에 남는다. 좀 더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정계에 입문하였고, 부모님은 나에게 열심히 일하고 남을 위하여 끝까지 봉사하라는 가치를 주셨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여! ‘나’를 직시하고 ‘나’를 다스리기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겨울밤 호롱불 아래서 해진 면내복을 깁고, 옷핀으로 고무줄을 끼워주던 어머니의 손가락을 회상해 보아라. 한국의 소록도에서 반세기 동안 한센병 환자를 손수 치료한 오스트리아의 수녀 두 분의 사연을 듣기나 했는가. 꽃다운 20대에 분단국 한국에 와서 수천 환자의 수족이 된 천사 할머니의 갸륵하고 거룩한 정성에 대하여 감사할 줄 아는가.

세월 속에 묻혀 고국으로 떠나가는 그 수녀 간호사의 손에는 그곳에 들어올 때에 들고 온 빈 가방만 잡혔다는 사실, 본국에서 보내주신 생활비마저 환자들에게 간식비로 제공하였는가 하면 성한 몸이 되어 돌아가는 사람들에게까지 노자를 나눠준 그 할머님의 봉사와 인간적 향기를 맡을 줄이나 아는가.

믿고 사랑하는 청년들이여, 우리의 젊은이는 왜 싸우기만 하고 타협은 없으며 슬픔과 눈물만 쏟아내고 웃음과 박수는 없는가. 패거리 숫자로 시정잡배에게 손 벌리며 의존하고, 기울어진 사고와 원한의 복수로 붉은 피를 토하며,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양극화의 극한 투쟁으로 분열만 지속되는 대한민국을 진실로 걱정하고 있는가.

시각 장애인 장호선씨가 멀고 먼 아프리카의 케냐에서 열린 마라톤에서 달리고 또 달려 완주를 한 뒤 내 조국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는 것이다. 그는 불꽃 도로를 뛰면서 처음으로 자신과 대한민국의 저력을 느끼게 되었고, 내가 걸어온 인생의 굴곡을 회상하면 오늘의 이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짐했다는 전언이다.

젊은이들, 이것만은 꼭 알아야 한다. 내 조국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서 오늘에 이르렀는지. 한천노숙 초근목피로 연명한 고희 늙은이들의 피란살이를 생각이나 해 보았으며, 산과 들을 마구 달리는 터널과 고속도로는 누구의 피땀인지 진짜로 명심해야 한다. 광목옷을 입고 골바람 쌩쌩 부는 오솔길을 걸어 통학한 아버지, 홑저고리 치마에 허기진 배를 두드리며 맨발로 콩밭을 누볐던 어머니의 인내와 끈기도 알 때가 되었다.

/수필가·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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