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街부터 ‘작은 결혼식’바람
官街부터 ‘작은 결혼식’바람
  • 경남일보
  • 승인 2012.10.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기 (논설고문)

‘작은 결혼식’시대가 오고 있다. 장·차관 38명, 공정거래위원장(장관급), 금융통화위원장(장관급) 등이 “내 자식부터 가까운 사람들만 초청해 검소한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호화결혼식, 사치스러운 예물·예단·신혼집값 문제 등은 결혼 당사자는 물론 혼주와 하례객 모두를 힘들게 하는 것이 지금까지 결혼식이었다. 고위 공직자들이 대거 ‘작은 결혼식’ 실천을 약속한 데에는 김황식 국무총리의 공이 큰 것으로 알려 졌다. 김 총리는 2007년 대법관 때 청첩장을 돌리지 않고, 서울 서초동 법원후생관에서 장녀를 결혼시킨 일화를 갖고 있다. 피로연도 법원 구내식당이었다.

▶호화 결혼 풍조가 심한 곳은 재계였다. 재벌 오너의 결혼식을 가문 과시 행사로 여겨 거창하게 치렀다. 재계는 계열사 사장이나 대기업 협력업체, 중소기업 대표들까지 호화 결혼식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재벌 오너나 기업인의 호화 결혼식은 중산층에게 미치는 영향이 각별히 크다.

▶22조원 갑부의 결혼식에 값비싼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한다. 세계 29위 부자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28)와 예비의사 프리실라 챈(27)의 결혼식 이야기다. 유명인 결혼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신부의 웨딩드레스도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모르는 평범한 것이었고, 결혼반지는 다이아몬드도 아니고 유명 디자이너 제품도 아닌 평범한 루비반지란다. 청첩장도 돌리지 않아 모두 빈손으로 갔다가 결혼식인 것을 알고 화들짝 놀랐다 한다.

▶체면과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다들 간소한 결혼식을 원하면서도 남들의 시선 때문에 결국 남처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젠 국무총리를 비롯, 고위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그런 악순환을 끊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관가(官街)부터 ‘작은 결혼식시대’의 변화 바람에 솔선수범을 보이고 있어 빠른 정착이 기대된다.

이수기·논설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