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 (창원총국 부국장)
"피란 매양 물보다 진한 것이 아니어. 무고히 흘려진 그 옛날 민족의 피는 어즈버 진주성 터에 풀거름이 되고 말아도 불로한 처녀 논개의 푸른 머리카락을 빗겨 남가람이 천로 푸르러 굽이치며 흐름을 보라. 애오라지 민족의 처녀에게 드리고픈 민족의 사랑만은 강물 따라 흐르는 것이 아니기에 아아, 조국의 다사로운 금잔디 밭으로 물옷 벗어들고 오실 당신을 위하여 여기에 돌 하나 세운다." -파성 설창수 '의낭 논개의 비문'중
▶유일하게 탄생기록을 가진 한글은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지 오래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유네스코의 세계 기록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으며, 1989년 6월에는 유네스코가 '세종 대왕 문맹 퇴치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언어학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는 세계 여러언어들 중 훈민정음을 가장 뛰어난 언어로 꼽았다. 디스커버리 1994년 6월호는 "세종이 만든 28자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알파벳이자,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표기법 체계"라고 했다.
▶최근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그동안 한글날의 위상은 날로 축소되었다. 올해 4월 조사(리서치앤리서치)에 따르면 10월 9일이 한글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64.1%에 불과했다. 프랑스의 경우 '세계프랑스어 사용의 날'(3월 14일)을 만들어 전 세계 불어 사용자의 뜻깊은 축제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글날 공휴일 지정은 단순히 그날 하루 놀자는 의미가 아니라 민족의 얼이 담긴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고 가꾸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홍구 창원총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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