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연구의 융복합 시대, 거점국립대의 역할
학문연구의 융복합 시대, 거점국립대의 역할
  • 경남일보
  • 승인 2012.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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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하는 ‘미래유망 융합기술 파이오니어 사업’이라는 게 있다. 6년간 60억 원을 지원하는 올해 사업에 경상대학교 ‘치매제어 기술개발 융합연구단’이 선정됐다. 이 사업의 핵심 키워드는 ‘융합’이다. 경상대 사업단은 이종기술간 융합을 통해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는 세계 최초로 BNIT(BT+NT+IT) 융합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치매 치료(개선)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2010년 선정된 ‘나노구조 생체에너지 융합연구단’도 재료·화학·전기·전자·의학 관련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며 인체 내에서 발전하고 충전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역시 키워드는 학문분야 간의 융합연구이다.

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4월 발표한 ‘2012년 미래 기초과학 핵심리더 양성사업’에 지방대학생으로서는 유일하게 경상대 응용생명과학부 이윤호 군이 선정되어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연구분야였다. 인간유전체사업 이후 새로운 생명과학 연구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컴퓨터를 이용한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생물정보학 분야이다. 흔히 말하는 생명공학(BT)과 정보통신(IT)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21세기는 2~3가지, 또는 그 이상의 학문분야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학문분야를 창출해 내고, 인류의 행복한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개발해 내고 있다. 생명공학기술(BT), 정보통신기술(IT)은 물론이요, 나노기술(NT), 환경공학기술(ET), 우주항공기술(ST), 문화콘텐츠기술(CT) 등 이른바 ‘6T’가 융복합되어 전혀 새로운 기술로 발전해 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따라서 중앙 정부나 자치단체의 주요 정책도 분야 간의 엄격한 경계를 설정하기보다 영역을 넘나들고 서로 영향을 미치도록 설정하고 있고, 기업체 내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경상대는 ‘BNIT R&D 센터’를 지난 9월 27일 준공했다. BNIT라는 이름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경상대가 그동안 집중 육성해 온 BT, NT, IT 분야의 연구인력과 실험실습 장비 등 관련 인프라를 공동 활용해 21세기형 학문분야를 개척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약 3년 4개월에 걸쳐 건립한 이 센터에는 국비 등 190억 원이 투입됐다. 경상대 내 연구시설로서는 가장 큰 건물이다. 경상대의 BT, NT, IT분야 연구 경쟁력은 국내 최고 그룹에 속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통해 경상대는 산학협력단과 연구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사업단을 한 건물 내에 배치할 수 있게 됐다. 지역 중견기업의 혁신형연구소 유치와 기초과학연구원의 외부연구단과 같은 대형 사업들을 유치할 수 있는 여력도 갖게 됐다. 대학의 혁신과 학문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는 뜻이다. 또 이는 여러 분야 연구자들의 접근성을 높임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학문분야 간의 융합을 촉진해, 첨단 연구영역들 간의 융복합을 촉진함으로써 R&D의 질적 제고뿐만 아니라 지역산업과의 공동연구 활성화를 유도하여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경남을 대표하는 거점국립대학교 경상대가 이와 같은 대형, 최첨단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대학뿐만 아니라, 지역의 발전, 나아가 국가의 발전을 위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경상대의 BNIT R&D 센터의 준공은 동남권 선도산업과 경남전략산업인 해양플랜트산업, 항공산업, 첨단기계산업, 바이오산업은 물론 미래산업인 항노화산업과 천연물신약산업의 발전을 선도하고 진주의 바이오 21센터, 뿌리산업기술혁신센터, 환경독성연구센터와 혁신도시 입주기관인 LH공사, 한국남동발전, 세라믹연구원, 국방기술품질원 등과 연계를 강화하여 지역산업의 혁신거점으로 거듭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 산업분야와 공공기관·연구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혁신을 통한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 공부에 많은 열정을 쏟았으며, 수원 화성 건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다산 정약용은 유학자이자 철학자요, 건축기술자였음은 이미 아는 사실이다.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복합적으로 발전해 가는 21세기는 융복합 학문연구의 시대, 다(多)전공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혁신도시 건설, 항공국가산업단지 및 항공산업클러스터 추진 등으로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이하고 있는 진주시와 경남도의 발전에 경상대의 BNIT R&D 센터가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해마지 않는다.

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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