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194>
오늘의 저편 <194>
  • 경남일보
  • 승인 2012.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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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러세요?”

 얼굴색이 하얗게 변하는 남편을 보며 민숙은 본능적으로 숨이 막혀 옴을 느꼈다.

 “누, 눈썹이 없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얼굴을 아내에게 돌렸다.

 “에엣? 그거요?”

 일단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반문했다. 쿵쿵 소리가 날 지경인 가슴을 누르기 위해 민숙은 심호흡을 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혼란에 휩싸였다. 남편이 줄곧 앞머리를 눈꺼풀까지 내리고 있어서 눈썹이 언제 빠졌는지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나은 것이 아닌가봐.”

 맑은 눈물이 글썽이는 눈으로 진석은 아내를 보았다.

 “눈썹은 예전에 빠졌잖아요?”  

 너무 자연스럽게 말해 버린 민숙은 그녀 자신에게 은근히 놀랐다. 

 “뭐? 정말이니? 알고 있었던 거야? 언제 빠졌니? 내 눈썹 응?”

 진석은 안타까이 물음표를 던져댔다. 그에게는 눈썹이 빠져버린 시점이 중요한 것이었다. 약을 복용하기 전이었다면 낫고 있다는 희망을 계속 품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후에 벌어진 사태라면 병 나음의 기대는 행복한 착각으로 끝나고 말 것이었다.

 “고향에 내려왔을 때 이미 빠져 있었어요.” 

 남편의 마음을 환히 들여다보고 있던 민숙은 얼렁뚱땅 잘도 둘러댔다,     

 “정말이지? 정말로 예전에 빠졌지?”

 진석은 지푸라기하도 잡겠다는 얼굴로 거듭 확인했다.

 “그렇다니까요. 그땐 당신 실망할까 봐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민숙은 기꺼이 또 둘러대기 작전을 펼쳤다.

 진이 좀 빠져버린 그러나 안도감이 주제인 허탈한 웃음이 진석의 입가에 번지고 있었다.

 민숙은 남몰래 안도의 심호흡을 했다. 남편의 병 나음에 대한 희망을 절대로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에게 맹세했다.

 회색빛 하늘에서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하얀 눈을 맞으며 민숙은 친정집으로 향했다. 양손을 눈 속으로 내밀었다. 나풀거리며 내려왔다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눈을 보면서 그녀는 쓸쓸히 웃었다.                 

 눈을 맞으며 뒷마당에 서 있던 진석의 입가에 웃음이 맺히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눈밭에서 데굴데굴 구르기를 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었던 것이다. 별안간 피식 소리 내어 웃었다. 눈치를 보며 서 있다간 슬그머니 민숙이 옆으로 다가오곤 하던 형식이가 생각난 것이었다.

 ‘누가 왔지?’

 댓돌 위에 낯선 신발이 두 켤레씩이나 놓여있는 것을 본 민숙은 까닭 없이 입을 좀 내밀었다. 인기척을 내지 않고 그냥 방문을 열었다.

 “누, 누구시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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