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젖줄, 대한민국의 습지를 찾아서 <2>
생명의 젖줄, 대한민국의 습지를 찾아서 <2>
  • 이은수
  • 승인 2012.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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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주남저수지

사진=황선필기자

저수지는 농수공급과 홍수조절을 주기능으로 산골짜기에 위치해 수심 또한 깊은 것이 일반적이다. 농업용 저수지가 차별성을 보이며 인기를 끄는 경우는 주변에 절경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남저수지는 이런 통념과는 거리가 멀다. 1920년 창원 동읍과 대산면 일원에 926.5ha 몽리면적의 농업용수공급 및 홍소조절용으로 늪 지역에 제방을 쌓아 저지를 축조했다. 오랜 세월동안 홍수로 인한 강의 범람을 통해 낙동강 줄기에 형성된 배후습지에 4∼5m 높이의 제방을 9km에 걸쳐 쌓아 지금의 주남저수지가 생겨난 것이다. 이렇다보니 주남저수지와 산남저수지의 경우 평균 1.5m, 만수위는 4.32m(저수량은 667만2000㎥)에 불과하다.

하지만 1980년대에 조류학자들에 의해 가창오리 10만마리가 서식하는 것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철새서식지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2008년 창원에서 람사르총회가 개최되면서 산업발전과 자연환경 조화의 대표적 사례로 주목 받고 있다. 도심과도 가까워 지난해 이곳을 찾은 사람만 63만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루 평균 1700여명이 다녀간 셈이다. 사람들은 주남에서만 볼 수 있는 철새들의 향연을 통해 자연의 감동과 신비로움을 느끼며 습지의 중요성과 자연환경의 귀중함을 일깨운다. 하지만 이곳에 사람이 들끓으면서 기존 농민들과 마찰이 종종 일어난다. 무엇보다 각종 개발행위 등 인간의 지나친 간섭으로 가창오리떼 군무쇼를 더이상 볼 수 없는 등 ‘철새들의 낙원’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법을 모색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계절 사랑받는 주남저수지

가을햇살이 따사로운 지난 2일 주남저수지를 찾았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탐방객들이 나왔는지, 시쳇말로 사람이 지천에 깔렸다. 청춘남녀, 어린이집 꼬마둥이, 유모차의 산책하는 부부, 3대가 함께온 나들이객, 왕갈대가 어우러진 들판에서 자전거타는 동호인들. 사람들은 저마다의 눈으로 주남저수지를 바라다 보고 있다.

들판은 가을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탐방로를 따라 핀 물억새풀과 갈대 넘어 보이는 주변 농경지의 들판이 가을의 정취를 더했다. 둑길에는 가을의 전령인 코스모스가 만개해 눈길을 사로잡는다.특히 확트인 주남저수지를 보고 있자니 절로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다.

물가의 잉어는 있다금씩 물밖으로 솟구치며 생명력을 과시하고, 쇠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쇠물닭, 물닭, 쇠백로, 중대백로 등이 부지런히 먹이활동을 하며 겨울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올해는 겨울철새들이 작년보다 2주정도 일찍 찾아왔다고 한다. 선발대로 온 가마우지는 방금 사냥을 끝내고 백로가 쉬고 있는 수양버들에 앉아 깃털을 말리고 있다. 매년 10월이면 시베리아의 진객들,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고니, 쇠기러기, 물닭, 가마우지 등이 그들의 낙원인 창원 동읍을 방문한다. 900여ha 광활한 주남저수지에서 펼쳐지는 철새들의 향연에 넋을 잃고 탐조하는 시민들의 감탄은 가히 극치에 다다른다. 주남저수지는 2008년 람사르총회 개최지인 창원시에 위치해 산업발전과 자연환경의 조화를 보여주는 곳이다. 인접한 대도시와 편리한 교통으로 많은 사람들의 여가활동 및 자연학습장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근래에는 화사한 봄 꽃길(금영화, 수레수국, 안개초), 여름철새인 백로와 왜가리의 우아한 자태, 그리고 만발한 연꽃, 가을 물억새와 코스모스 유혹, 겨울 철새의 군무쇼 등 4계절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경남의 대표적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개발행위가 유행처럼 번지던 지난날 눈앞의 돈벌이에만 급급해 이 곳을 매립해서 공단을 만들었다면 이같은 혜택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새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새들의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

주남저수지의 전체 면적은 898ha에 달한다. 가장 큰 저수지인 주남저수지(403만㎡)와 바로 옆 산남저수지(96만㎡), 그리고 동판저수지(399만㎡)가 연결돼 있다.

이 곳은 동읍과 대산면 일대에 위치한 동남내륙지역의 최대 철새도래지로 동쪽 및 북동쪽의 대산들의 확트인 농경지는 철새의 주요 이동경로 및 먹이 공급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주남저수지 일대는 낙동강에 의해 만들어진 배후 습지로 전체가 갈대로 덥혀진 ‘갈대의 나라’라고 불려진 습지였지만, 1920년대부터 농경지가 들어서기 시작하여 농수공급과 홍수조절 기능을 목적으로 백운산과, 구룡산 등 산지 밑에 9km의 제방을 쌓아 만들어진 인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저수지다.

세계적인 희귀조로 알려진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흰꼬리수리를 비롯하여 230여종이 넘는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 5만마리 이상이 겨울을 보내는 곳으로 ‘철새들의 낙원’, ‘철새들의 천국’, ‘새들의 살아 있는 자연사박물관’이라는 애칭을 얻고 있다.

이곳에는 철새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동식물인 가시연, 통발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주남저수지에는 호랑나비, 작은 멋쟁이나비, 꼬리명주나비, 암끝검은표범나비 등 습지에서 살아가는 곤충들로 가득하다. 특히 방패광대노린재는 매우 희귀하며, 점점 사라져가는 꼬리명주나비도 주남저수지 둑에서는 아름다운 날개짓을 볼수 있다.또한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멸종위기 Ⅱ급 삵이 저수지 얼음위를 걸으며 먹이 사냥에 나서기도 한다.

늪 주위에 자라고 있는 물억새와 갈대의 꽃이 피어 한들한들 움직이는 모습, 시들어가는 물풀, 늪가에서 들려오는 나그네새들의 울음소리, 더운 여름을 이겨낸 다자란 흰뺨검둥오리, 물닭새끼들이 모여 있는 모습들과 점점 깊어가는 가을 하늘위로 첫 선발대로 날아오는 기러기류의 울음소리는 머지않아 겨울이 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생태학습시설로는 람사르문화관, 생태학습관, 탐방시설(탐조대·탐방로·낙조대) 등이 있으며, 주남환경스쿨을 운영한다. 람사르문화관은 개관 4주년 기념으로 ‘인간, 습지 그리고 문화’라는 주제로 다양한 전시행사와 습지 생물에 대한 체험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생태학습관은 주남습지의 자연이야기를 테마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입장료와 자전거 대여료는 받지 않고 있다.

◇철새보호위해 생태환경 조성 박차

주남이 철새도래지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먹이 제공 등 주변 농경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에 창원시는 해마다 1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농경지를 매입해 생태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철새먹이 자족화사업을 통해 수확한 볍씨를 철새들이 겨울을 나는 3개월여동안 철새 먹이용으로 확보해 철새들의 쉼터인 농경지에 살포하고 있다. 이와함께 철새 도래지 서식 환경 개선을 위해 철새 탐조대 앞에 위치한 연꽃단지에 무논지를 조성하여 고영양가의 먹이를 제공함과 동시에 철새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탐조대 차폐막과 차폐터널을 설치했다. 탐방객들을 위해서는 3∼400대의 주차장을 신설하고 있고 철새 관찰구를 설치하여 철새들이 주위환경에 방해를 받지 않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먹이활동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있다. 이 밖에 연꽃단지 조성과 꽃길 조성이 눈에 띈다. 100만명의 탐방객을 내다보는 이곳에 연간 30억원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으로 보다 피부에 와닿은 시책을 펼수 있도록 중앙부처의 과감한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글=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사진=황선필기자feel@gnnews.co.kr

 

 

인터뷰 -최종수 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지회장

 

“새들이 안정적으로 서식하려면 인간의 간섭이 절제돼야 합니다.”

최종수(48) 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지회장은 “창원시가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적극 펼치고 있는 철새 보호정책 등의 영향으로 주남저수지가 과거에 비해 서식환경이 안정된 것은 사실이나 장기적 관점에서 사람과 새가 공존하는 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주남저수지는 농경지 확대를 위한 유수지 불법매립 및 무허가건축물, 그리고 탐방시설의 무분별한 신설 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더군다나 도시 근교에 위치해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서 람사르문화관, 생태학습관 등의 건물과 탐방시설이 세워졌다. 또한 연꽃단지, 생태·문화 탐방코스, 자전거·마라톤 코스를 만들고 주차장도 확충하고 있다. 새 못지 않게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 인간위주의 편리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정작 습지의 주인인 새나 동·식물들은 소외되고 있지 않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 회장은 “도시화의 영향으로 주남저수지에서 더이상 예전같이 가창오리를 관찰할 수 없다는게 안타깝다”며 “철새는 사람이 가까이 가면 멀어지기 때문에 지나치게 관찰해서는 안된다. 질서유지를 위한 폴리스라인처럼 새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버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주남저수지가 창원의 대표적 관광지가 됐으나 이보다는 생명의 공간으로 새로운 미래비전이 필요하다”며 “철새들의 왕국 위상에 맞게 새들을 무시한 개발을 자제하고, 탐조코스 개발을 비롯한 생태관광 프로그램 활성화, 그리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위한 전문가 참여 등 동남권 1000만인을 겨냥한 주남저수지 마스트플랜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종수 회장은 경남도청 공보관실에서 일하게 되면서 주남저수지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다. 특히 새가 좋아 조류사진을 27년간 찍은 생태사진가로 유명하다. 한국생태사진가협회 회원이면서 (사)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지회장, 한국 물새 네트워크 이사로서 다양한 활동과 더불어 생명운동에 꾸준히 힘쓰고 있다. 람사르 총회 습지 체험단과 문화재청 독수리 모니터요원으로 활동했고 KBS 환경스페셜 ‘경이로운 새들의 건축술’영상 촬영 및 제작 지원도 했다. 저서로는 ‘탐조여행-주남의 새’, ‘우포늪 가는 길’, ‘한국의 늪-주남저수지’, ‘새들의 둥지속 365일’ 등이 있다.

글=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사진=황선필기자feel@g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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