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을 내다보는 공무원
앞날을 내다보는 공무원
  • 경남일보
  • 승인 2012.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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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석 (전 언론인)

1990년대 말 한 언론사에서 중앙부처 공무원 1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존경하는 선배 공무원은 누구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내무부장관과 건설부장관을 지내고 토지공사 사장으로 재직중이던 이상희씨가 절대적인 1등으로 꼽혔다. 이씨를 1등으로 꼽은 공무원들은 그가 청렴하고 인사를 공정하게 했으며 특히 미래를 내다보는 식견이 뛰어나 존경한다고 답했었다.

이상희씨는 토지공사 사장 때 분당 신도시에 42만㎡의 중앙공원을 만들고 일산 신도시에는 103㎡의 호수공원을 만들었다. 아파트 용지로 적합한 평지를 공원과 호수로 조성하려 하자 토지공사 직원 모두가 사장을 ‘이상한 사람'이라며 반대했었고 청화대 등에서도 비판이 높았다. 그러나 이 사장은 반대론자들을 설득하여 결국 성사시켰다.

또 이씨는 서울행주대교~임진각 간의 자유로(연장 46㎞)를 폭 51m의 왕복 12차선으로 만들면서 "미쳤다"는 말까지 들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분당 중앙공원과 일산 호수공원은 명소가 됐고 자유로는 명품도로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이씨는 대구시장 때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며 가로수를 많이 심고 수성못을 호수공원으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시내에 나무가 울창하고 유원지가 많아 "대구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상희씨는 서른 네살 때인 1969년부터 1년 남짓 진주시장을 지냈다. 그는 최근 진주에 들러 “서장대~진양호간 남강을 따라 폭 100m로 공원을 겸한 도로를 만들고 진양호를 자연경관을 살려 관광명소로 만들려 했는데 경남도 등의 반대로 무산됐었다"며 아쉬워했다. 또 그는 "진주성 맞은편에 시민 휴식처를 조성하고 진주한옥마을을 만들려던 계획도 여러 사람들의 반대로 이루지 못했다" 고 말했다.

그리고 "진주시내에 아파트가 종합적인 그림도 없이 난립해 도시미관이 어지러워졌다" 면서 "누구보다 시청에서 한 부분만 보지 말고 도시 전체를 보는 건축행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희씨가 진주시장으로 있을 때 경남일보 기자로 시청을 출입했던 손모씨는 “이 사장은 진주시장으로 와 진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고 독서량이 엄청났다”면서 “그 사람의 계획이 이루어졌다면 오늘의 진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진주시청 계장으로 근무했던 이모씨는 "10여명의 시장을 모셨지만 이상희 시장처럼 진주의 내일을 내다보며 열정적으로 일하는 분은 없었다"고 했다.

이상희씨에 대한 칭송이 지나치다는 말을 들을지 몰라도 그를 30여년 전부터 지켜보는 필자도 "우리나라 고위공무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중에도 그런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한때 "국회의원에 출마하라"는 고위층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괘씸죄로 집중조사를 받았지만 아무런 잘못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의 좁고 낡은 서울 변두리집에는 만여권의 책이 쌓여 있을 뿐이다.

이규석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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