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
눈 가리고 아웅
  • 경남일보
  • 승인 2012.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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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식 (진주 선학초등학교 교장)
우리는 참 착하게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버지, 어머니와 피를 나눈 형제들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 말씀을 안 듣고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할 말은 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도 뜻대로 하지 못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니 착하게 산 게 맞습니다.

가진 것 없고 힘도 없으니 자연히 착하게 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힘이 있어 남의 것을 뺏을 것도 아니고, 가진 게 없으니 있는 체 할 일도 없으니 남의 몸을 아프게 할 일도 없고, 남의 마음을 괴롭게 할 일도 없으니 착하게 산 게 맞습니다. 아는 것 없으니 남을 가르쳐서 상대를 풍부하게 할 것도 아니고 또한 사기를 칠 수 있는 바탕도 없으니  그저 있는 그대로 착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만약에 힘도 있고 가진 것도 많고 아는 것이 많아도 이렇게 살았을까요? 그렇다면 정말로 착하게 산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로 착하게 산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착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착하게 사는 것은 다른 사람은 모르더라도 자신은 잘 압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만, 힘 가진 자를 부러워하고, 지식이 많은 자를 시샘하고, 자산이 많은 자를 흠모하면 자신의 마음 밭은 황폐해지고 공허해지게 마련입니다.

이러한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살 때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왜 사람들이 힘 없는 사람을 괴롭힐까요? 왜 아는 게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심지어는 속여 이득을 취할까요?  왜 재산 많은 자들은 부로 인해 득을 보게 될까요? 자연의 이치에 반하는 이들 모두가 잘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 모두가 그렇게 되지 못한 자신을 비하하고, 그들을 겉으로는 아니지만, 속으로는 부러워하여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생활하니 그들이 원하는 게 사회 전체의 이익이고, 공동선으로 생각되어 사회 전체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타조는 적에게 쫓겨 달리다가 더 이상 달릴 수 없다고 판단될 때 두 눈을 감고 고개를 모래에 처박고 적과 세상을 외면하여 자신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세상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힘이란 무엇이며, 재산이란 어떤 가치를 가진 것이며, 지식은 어떤 쓸모가 있는지에 대한 각성은 우리를 어쩔 수 없이 착하게 살았던 데서 진정으로 착하게 사는 데로 나아갈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되어 줄 것입니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본성대로 존재를 깊이 있게 각성하여 자연의 이치에 맞게 사는 삶,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착한 삶을 살 때 그것이 사회의 공동선이 되고, 모두가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여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해결되고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람직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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