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재정파탄의 길로 가려는가
정녕 재정파탄의 길로 가려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2.10.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 교수·한국식품유통학회 회장)

어린 시절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해님달님’이라는 동화를 기억하는가. 그 동화 속에는 어린 두 남매를 집에 두고 고개 너머 마을에 가서 일을 하고 돌아오는 엄마에게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는 호랑이가 나온다. 떡을 하나 주면 먹고 나서 또 달라고 한다. 엄마가 가지고 있던 떡을 다 빼앗아 먹고는 엄마마저 잡아먹고 그것도 모자라 남매가 있는 집에 가서 엄마 흉내를 내며 아이들까지 해치려 했다는 호랑이 얘기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장밋빛으로 포장된 각종 선심성 공약과 함께 무상 복지정책에 대한 공약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의료, 보육, 교육 등 각 분야에서 더 많은 혜택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무상 복지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연말 대선과정에서도 복지 포퓰리즘 현상이 난무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막상 이를 지켜보고 있노라니 앞이 캄캄해진다. 무상 복지 프로그램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는 호랑이처럼 우리의 생산능력을 조금씩 조금씩 파괴하고, 결국에 가서는 그 기반까지 무너뜨려 우리 다음 세대 어린이들과 후손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정치적 복지 포퓰리즘이 재정위기 불러

무상 복지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뒷받침할 재원(財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재원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결국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이다.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조세부담이 늘어나면 일하고 싶은 의욕이 떨어지고 조세 회피현상이 확산됨에 따라 국가의 전반적인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생산성이 하락하게 되면 세금을 올려도 정부의 조세수입은 오히려 줄게 된다. 복지지출은 늘고 조세수입이 줄게 되면 결국 정부는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려야만 한다. 재정 적자가 눈덩이 늘어나듯 점점 불어나게 되는 것이다. 생산기반이 취약해지고 재정 적자가 누적돼 국가 부채(負債)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전철을 밟은 국가가 한둘이 아니다. 소위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며 복지 지출을 늘렸던 모든 국가들이 다 그랬다.

최근 연쇄적으로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과 이미 오래전에 몰락한 아르헨티나 등 남미국가들이 대표적 사례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경제대국들도 역시 심각한 재정적자로 이미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하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복지 선진국가로 알려진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스웨덴은 잘 갖춰진 복지제도와 함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스웨덴은 19세기 후반까지도 아주 가난한 나라였다. 외국과의 개방적인 무역과 자유로운 기업활동 등 자유시장 개혁을 통해 19세기말과 20세기초에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 아래 보편적 무상 복지제도를 도입하면서 노동생산성이 하락하고 경제가 쇠퇴(衰退)하기 시작해 1990년대 초까지 극심한 경제침체를 겪었다.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다가 1990년대 초에 복지제도를 개혁하여 세금을 인하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고, 많은 규제완화를 단행하는 등 혹독한 구조개혁을 하고 난 후 최근에 와서 다시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 사례를 他山之石 삼아야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국가의 장래는 도외시한 채 표만 의식하여 구미 선진국들이 뼈저리게 경험한 그 길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가. 복지제도가 필요없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정말로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빈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혜택을 받고 국민의 과중한 세금부담을 초래하는 보편적 무상 복지제도는 근로의욕과 창의력을 떨어뜨리고 생산성을 하락시켜 지속가능한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어렵게 할 것이다. 따라서 대선을 앞둔 지금 진정한 국가 지도자라면 국민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합리적 복지를 위해 복지와 재정부담 수준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 검토와 사회적 타협을 이끌어내는 역할부터 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