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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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욕의 역사 일제강점기. 일부 역사학자들은 일제강점기로 전락한 단초를 기득권층에 맞선 개혁론자들의 패배로 보고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고려시대 '묘청의 난'을 1000년 안에 일어난 사건 중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묘청이 문벌귀족 세력인 김부식에게 졌기 때문에 조선의 역사가 1000년 간 사대주의로 이어져오다 일제 식민지로 전락했다며 탄식했다. 신채호 선생은 묘청과 김부식을 '낭가·불가사상 대 유가', '국풍 대 한학파', '독립당 대 사대당', '진취사상 대 보수사상'의 한판전쟁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묘청의 패배를 한국역사의 좌절이라고 판단했다.
남한산성 아래의 삼전도로 나가 청나라 신하들 앞에서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려야 했던 인조. 그런 인조에게 소현세자라는 걸출한 장자가 있었다. 이 소현세자가 9년 만에 인질생활을 끝내고 꿈에 그리던 조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귀국하면서 청나라에서 얻은 수많은 과학문물과 책들을 가져왔다. 당시 세계 제일의 선진국이었던 청나라에서 배운 과학문물을 조선에 전파할 생각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소현세자는 귀국 두 달 만에 독살을 당한다. 이유는 아버지 인조의 대국적 사태를 보지 못한 의심과 당시 기득권이던 서인세력의 '숭명배금'의 사대주의에서 나온 견제 때문이었다. 서양의 과학문물과 천주교를 직접 접한 소현세자가 즉위했다면 조선의 근대화는 훨씬 더 빨라졌고 일제의 식민지가 되는 굴욕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역사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호에 전 국민이 환호했다. 그러나 선거광고에 출연했던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가 전세난과 높은 물가 탓에 집세를 못 내고 쫓겨날 판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경제민주화'와 함께 '역사 인식'이 논란거리다.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현재가 없고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 같은 스펙트럼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부끄러운 과거사에 대해서는 반성하면서 다시는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제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는 판단을 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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