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 (경남도의원)
우리나라는 2002년 10월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에프타·아세안·인도·EU·페루·미국 등과 FTA가 체결돼 발효 중에 있거나 캐나다·일본·호주·중국 등의 국가와는 협상 중이거나 여건조성의 단계에 있다. 이러한 국가들과 타결이 완료되면 아프리카 지역과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와 FTA를 체결하게 된다.
쌀을 제외한 전 품목의 관세를 10년에 걸쳐 철폐하고, 위생검역을 통한 수입차단도 점진적으로 없애는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할 경우에 2020년 기준 농업생산액은 약 20%까지 감소하며, 이는 정부가 집계한 한·미 FTA에 따른 농업피해액인 8150억원보다 4배에 달하는 3조36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제 FTA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세계무역의 약 60%가 FTA무역으로 추정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FTA 반대는 결국 세계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고, 경제의 70% 이상을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무역의 주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FTA를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가 더욱 큰 과제인 것이다. 농업인의 입장에는 결사반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FTA를 막연히 반대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답답한 현실이다.
현재 우리 농가의 생산주축은 60~70대이며 경영주의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70세 이상(33.7%)이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한·중 FTA 체결 후 농가 계층간 소득격차로 농업부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부분 청·장년층으로 구성된 영농후계자 위주의 각종 정책과 제도를 여성과 영세농 및 고령농에 대한 경쟁력 강화대책 마련 등으로 다변화해야 할 것이며, 기존 개방 피해품목에 대한 개별적 한시적 피해보상이 아닌 전체 농업의 중·장기적 경제향상을 목표로 하는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농업소득보전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본다.
또한 중국 농산물에 대응하기 위해 품질과 부가가치가 높은 농산물 생산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고품질화를 위해서는 기술개발 투자와 인력양성 및 규모화를 통한 생산기반 확충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며, 약 1억명에 달하는 중국의 고소득층을 겨냥해 제조·가공식품 등에 대해서는 선제적 대응으로 헤쳐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판단된다. 이처럼 우리가 만약 한·미 FTA때와 마찬가지로 한·중 FTA가 발효된 후 이러한 대책을 마련한다면 더 이상 우리 농·축산업의 미래는 없다. 그래서 한·중 FTA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근본적인 대처방안을 한걸음 앞서 마련할 때다.
식량자급률이 23%에 그치고 있는 식량안보상황과 유전자변형 농산물, 농약과 비료 과다사용, 안전성 확보를 위한 국민건강을 고려해 관세 예외규정을 적용할 농·축산물이 있는지 선별해 FTA 협상 시 협상품목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정부의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제외되지 않는다면 초민감 품목이라도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며, 민감 부분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에서 가장 낮은 단계부터 시작해 점차 증대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한시적 대책이 아닌 한·중 FTA의 이행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농축산업에 대한 실태를 조사해 FTA 이행에 따른 피해 농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과 이와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면서 농축산업과 관련된 연구개발 강화로 고부가가치 첨단 농축산업 실현 등을 통한 중장기적인 정책방향과 그 실천계획 및 지원대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한다면 FTA로 인한 위기의 농업이 기회로 반전되는 결코 어둡지만은 않은 우리 농업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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