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개천예술제 소회(所懷)
<이준의 역학이야기> 개천예술제 소회(所懷)
  • 경남일보
  • 승인 2012.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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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육기(五運六氣)

“우와! 짝짝짝…” 불꽃놀이를 보며 사람들은 열광하였다. 그렇게 진주의 가을밤 하늘은 아름답고 황홀하게 물들어 갔다. “와!” 저 등불들 좀 봐. 아, 참 정말 화려하고 보기 좋아! 이리와 사진 한 장 찍어.” 남가람 위에, 강변에, 진주성 안에 형형색색으로 빛을 뿜어내는 각종의 유등과 조형등(燈)을 보며 사람들이 내지르는 탄성이다. 또 강변특설무대, 각종 먹을거리 및 장터 부스엔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진주성에선 국악연주와 창(唱)을 듣고 박수를 치며 흥겨워하는 사람들로 하염없이 정겹다.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해 젖어도 좋을 만큼 진주의 밤하늘은 그렇게 아름다웠다. 제전의식을 필두로 시작된 각종 행사, 공연, 경연대회, 전시, 체험 등 다채롭고 풍성한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들로 가득 찬 풍요로운 예술제전이었다. 자랑할 만한 전국적 축제였다.

반면 이런 힐난과 핀잔도 줄을 잇는다. “이게 뭐야, 작년에 했던 것을 올해도 재탕이네.”, “뭐야 볼 게 하나도 없어. 얘, 대충보고 가자 가.”, “재밌고 신나는 것은 하나도 없어” 그리고 예술제와 함께 치러지는 코리아 드라마페스티벌에 대한 멘트가 압권이다. “완전 사이코 드라마페스티벌이네. 진주 드라마가 어디 있어? 내참!” 마지막 날 밤 임진대첩 계사순의단 앞 특설무대에서 공연된 뮤지컬 진주대첩은 대단한 의욕에도 불구하고 공연중간 즈음 가득 찼던 좌석의 절반이나 사람들이 빠져 나갔다. 기대하며 앉았던 관객들을 흡입·몰입시키는 극적(劇的) 힘이 부족하였으리라. 누구나 아는 뻔한 내용을 무대에서 그냥 춤, 노래, 행동, 화면의 내래이션만으로 뮤지컬의 흉내를 내면서 도식적으로 무료하게 풀어나가니 진주대첩 이야기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한참 식상하였으리라. 뭔가 이야기에 현대적 국제관계, 일본과 한국과의 의미를 가미하여 재해석하면서 극적인 플롯을 탄탄하게 구성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든다. 우리의 역사적 사실인 진주대첩은 포르자(forza)와 포르다(forda)의 극적 요소를 무궁무진하게 내포하고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손꼽아보니 62년의 개천예술제 역사 중 한 해도 빠지지 않고 43번이나 연속 참여하였으니, 이러한 개천예술제 소회를 말하여도 그다지 힐난 받을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오운육기(五運六氣)라는 개념이 스쳤다. 필자가 떨쳐버려야 할 음양오행에 대한 고질적 집착이리라. 어떻든 개천예술제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시대의 흐름과 그해의 연주(年柱)도 고려해보는 폭넓은 시각, 여유 있는 포용력을 가지면서 항상 참신한 창의력을 놓지 말아야 하리라. 이러한 샘솟는 창의력은 오운육기의 활용으로 더욱 조장될 수 있다. 오운육기란 오운과 육기를 말하는데, 오운은 천간의 합에서 발생하고, 육기는 지지의 충에서 발현된다. 오운이란 갑기토운(甲己土運), 을경금운(乙庚金運), 병신수운(丙辛水運), 정임목운(丁壬木運), 무계화운(戊癸火運)을 말한다. 육기란 6개의 지지 충을 말한다, 사해(巳亥)충은 궐음(厥陰) 풍목(風木)의 봄바람(風)을, 자오(子午)충은 소음(少陰)군화(君火) 여름의 무더움(暑)을, 축미(丑未)충은 태음(太陰)습토(濕土) 환절기의 축축함(濕)을, 인신(寅申)충의 상화(相火)는 가을볕의 따사로움((火)을, 묘유(卯酉)충의 양명(陽明)조금(燥金)은 가을의 건조함(燥)을, 진술(辰戌)충의 태양(太陽)한수(寒水)는 겨울의 차가움(寒)을 말한다.

이 중 신체리듬을 나타내는 것은 태음(太陰, 강)과 양명(陽明, 약)이고, 감성리듬을 나타내는 것은 소음(少陰, 강)과 태양(太陽, 약)이며, 지성리듬을 나타내는 것은 궐음(厥陰, 강)과 소양(少陽, 약)이다. 이 오운육기를 그 해의 연주에 대입하여 다양한 기획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올해가 임진년이니 정임합의 목기운과 진술충의 태양기운을 고려하여 하늘이 내린 젊은이의 열정이라는 의미를 가진 목생화 콘셉을 주제로 하였더라면 올해의 예술제가 더욱 살아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즉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 춤이 세계적 선풍을 일으키는 것처럼 목기운인 청소년, 청년 중심의 감성적 콘셉트를 이번 개천예술제의 기본 주제로 잡았으며 더욱 활기차게 빛나지 않았을까하는 느낌이다. 그동안 진주시에서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전국 최초로 유일하게 시작하여 14회에 걸쳐 알차게 영글어 이어온 전국컴퓨터 아트공모전의 과실물들도 이런 개천예술제에 지혜롭게 활용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도 하여본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매너리즘에 젖은 구태의연한 기획, 자발적 몸부림보다는 국고지원, 시·도비 등의 재정지원에만 매달려서 그저 수십년동안 해온 방식으로 그저 무탈하게 무사안일하게만 꾸려나가려고 한다면 개천예술제는 날로 번창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생겼다가 이름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마는 부끄러운 지역축제의 하나로 전락해 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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