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가을 열매 같이
성공은 가을 열매 같이
  • 경남일보
  • 승인 2012.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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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초목의 목숨이든 사람의 목숨이든, 이 세상에서 목숨보다 더 질기고 강하고 용기 있고 참을성 있는 그 무엇이 또 있단 말인가. 눈부신 봄볕에 돋아난 여린 잎새는 쉬지 않고 자라서 꽃피우고 열매 맺고, 불볕더위 이어지는 여름대낮 먹장구름 천둥번개 으름장을 놓고 가도, 내려 때리는 장대 빗발의 아픔도 참아내지 않았는가. 마침내 저 저녁 놀빛 스며들 때 탐스럽게 익은 가을열매는 어찌 인생의 가을 나무, 가을 초목이 굵직한 열매 무겁게 달고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그시 눌러 가는 모습과 다르리까.

봄철에 돋아난 꽃이 곧바로 가을 열매 맺어 익힐 수 없듯이, 아무리 성급해도 젊음에서 중년과 노년으로 건너 뛸 수 있겠는가. 자연의 이치가 사람의 생애를 통해 나타나는 이치나 법칙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젊을 때 수고하여 땀 흘리는 노력의 시기 없이 가을열매 같은 성공의 열매를 차지할 수 없고, 젊음의 야망이 아무리 성급해도 젊은 시절은 노력의 시기이지 수확의 시기는 아닌 것을. 저녁노을 받아 붉으레 익은 과일을 얻자면 과일의 생애인 봄여름을 참고 견디며 노력해야 하듯이, 우리 인생도 젊을 때 땀 흘려 노력해 낸 이들만이 수고의 열매를 얻어내고 차지할 수 있으리라.

아무리 작은 성취와 하찮은 성공에도 거쳐야 할 긴긴 세월과, 극복해야 할 어려움과, 흘려야 할 양의 땀은 필요하기 마련이거늘. 이는 조물주의 준엄한 섭리이자 위대하고 경이로운 법칙이 아닐까? 봄철에 누렇게 익어 가는 열매를 보았는가? 그 열매는 모두 병들어 떨어질 수밖에 없듯이 어리고 젊은 나이에 성급히 성공하고 출세하고 치부(致富)하려는 이들의 그 뜻도 이렇지 않을까. 참으로 빛나고 오래가는 성공다운 성공은 봄과 여름을 견디고 참아 낸 가을 열매가 아닐까. 만약 꽃이 지자마자 맺힌 열매가 굵기도 전에 익어 버린다면 그 성공은 병적이고 단명한 비정상적일 것이다.

  어린 날의 성공은 성공다운 성공이라기보다는 유산 적이거나 아니면 우연적, 일시적인 현상이지 오랜 세월을 두고 온갖 장애와 역경을 극복하면서 불변의 빛과 향기와 맛을 지속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직 봄, 여름을 참고 견디어 낸 가을 열매만이, 가을에도 서리 맞고 찬바람에 떨며 제대로 익은 열매만이, 겨울을 거쳐 이듬해 봄에 새 농사와 새 파종을 위한 씨앗다운 씨앗, 열매다운 열매가 되는 것처럼, 적어도 젊음과 중년의 노력으로 이룩해 낸 만년의 성공을 더 신뢰하고 더 존경해야 한다.

  성공다운 성공이란 바로 흰머리와 주름살로서 빛나야 하는 것일진대. 우리는 간혹 나이 어린 젊은이의 감당하기 힘든 성공을 보노라면 왠지 불안해질 때도 있다. 꽃이 지자마자 겨우 맺힌 열매가 굵기도 전에 익어 버린 듯…. 그렇다. 봄 석 달을 지나면 다시 여름 석 달을 거치고, 그러고도 가을볕에 서릿발에 모양새를 다듬고 제 맛을 들이며, 익어 가는 가을 열매도 순차적인 계절의 과정이 있게 마련이거늘. 그래, 성급하지 말자. 가을 나이가 되기까지 다만 땀 흘려 노력하며 참고 기다린다면, 탐스럽게 익은 가열 열매 같은 인생의 열매도 저절로 얻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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