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시를 디자인하라 <1>창원시
명품도시를 디자인하라 <1>창원시
  • 이은수
  • 승인 2012.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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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우선순위를 찾는 도시 디자인

▲창원시 시티세븐 전경.
上. 공간디자인, 삶에 에너지를 디자인하다

 

현대를 흔히 '도시의 시대'라고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 도시들은 반세기 가까이 양적팽창을 거듭했으나 생활의 편리함과 삶의 질만으로는 더이상 시민을 만족시킬 수 없게 됐다. 시민들의 깊은 욕구를 잘 이해하며, 기능을 파는 시대를 넘어 감성을 파는 시대에 맞는 창의적인 도시행정을 펼쳐나가기 위해 도시에 디자인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의 개별 지향적 방식이 아닌, 건물 또는 광장, 길(가로)과 같은 기존 도시모습과의 조화로운 관리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도시의 맥락을 함께 생각하고 만들어가는 방식의 토털디자인(Total Design)이 필요하다. 본보는 창간기획으로 경남 주요시군의 도시디자인 정책 및 사례를 소개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토털디자인, 명품도시를 디자인하라

통합 창원시는 도시의 성장과정에 기존 마산·진해와 창원간의 사회적, 공간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었다. 따라서 조화로운 도시발전이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도시설계의 기반으로서가 아닌 자연발생적 기반의 마산·진해권역은 디자인분야의 기반이 미약하고, 그로 인한 도시이미지에도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핵 연대형 도시발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궁극적으로 시민생활환경에 대한 삶의 질 제고에 주목한 것이다.

박완수 시장은 "통합에 따른 각종 지방행정 경영의 정상화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통합 이후에도 전국적으로 디자인행정을 인정받는 등 '세계속의 명품도시, 창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다"며 토털디자인 정책을 중요성을 강조했다.

토털디자인의 대상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첫째, 버스정류장, 휀스, 볼라드, 가드레일, 신호등, 벤치, 가로등, 안내표지판 등과 같은 '공공시설물'과 도시의 '간판'이다. 둘째, 길(가로), 광장, 공원, 전통시장, 하천 등의 '공공공간'이다. 더불어, 관공서, 학교, 도서관, 병원, 박물관, 미술관, 기차역과 같은 공공건물도 이에 해당한다. 이같은 공공시설물과 공공공간에 기존 도시모습과 조화를 이룬 토털디자인을 적용해 나간다면, 차츰 도시모습이 일체감 있고 정돈될 것이다. 소위 말하는 명품도시의 격(格)을 갖추어 나간다는 의미다.

도시를 방문했을 때 도시의 모습에서 품격을 느끼고, 또 시민이 긍지를 가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토털디자인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도시의 모습을 바꾸기 보다는 시민들이 지금 바로 살고 있는 장(場)의 조화로운 품격을 갖추는 것으로, 도시와 시민과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디자인하고 더 나아가 시민들의 '삶의 질' 즉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창원시는 이같은 도시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2006년 도시경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07년에는 도시디자인과를 신설하고 전문가도 영입했다. 그동안 옥외광고물 조례와 경관조례를 제정해 운영하면서 도시를 새롭게 가꾸려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시티페이스(city face) 개선, 간판과의 전쟁부터

간판은 도시의 얼굴이다. 우리는 간판을 통해 도시를 인식하고, 간판과 호흡하며 살고 있다. 도시미관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간판이다.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 효과도 있지만, 제대로 정비되지 않으면 도시미관을 가장 해칠 수 있는 애물단지가 간판이다. 간판을 보고 업소를 찾을 것이라는 선입견에 서로 경쟁적으로 크게, 튀게, 많이 달려는 의식이다. 그러나 온통 어지럽고 지저분할 뿐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면 그것은 공동체의 삶을 훼손하는 행위나 다름이 없다. 간판 정비사업은 도시미관을 어지럽혀 온 얼굴을 산뜻하게 바꿔보자는 의도다. 그동안 간판이 인간을 지배해 왔다면, 간판이 인간을 배려해야 함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창원시는 지난 2007년 7월 창원 광장 주변 365m 구간의 토월로를 '도시디자인 시범거리'로 조성하면서 '간판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상가건물에 어지럽게 걸려있던 간판 400여개를 정리해야 하는 난제 중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주민협의회를 구성해 설명회를 하고 동의서를 받기 위해 담당 직원들의 밤낮 없는 설득작전이 시작됐다. 기존의 간판 제작비가 얼마가 됐건 모두 철거하고 업소 당 400만원 안팎의 예산으로 새로 디자인된 업종별 간판을 달아주기로 했다. 처음에는 업주들의 반대가 심하였으나  17개월 동안 지속적인 설득 끝에 건물 16채, 187개 업소에 걸린 간판 422개를 모두 철거하고 현대식으로 디자인 된 294개의 간판을 입체적으로 새로 달았다. 간판에 이어 보도 개선과 버스 정류장 및 가로시설물 재설치 등 가로경관사업까지 마무리되자 사람들이 모이게 되자 상인들은 물론 시민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이외에도 명곡로터리 주변 14개빌딩 148개업소 327개의 간판정비, 문화동 51개건물 110개업소의 통술거리, 간판특화사업으로 오동동 통술거리 25개 건물 60개업소 간판정비 사업인 '6070 오동동 Oldies but Goodies'를 추진하는 등 이 모든 사업에서 시민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추진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시장의 활력을 위해 간판정비사업을 시작했다. 지역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상남시장, 진해중앙시장, 가음정시장의 묵은 간판을 들어내고, 찾기쉽고 전통시장과 조화된 간판디자인으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70년 전통의 상남시장의 경우, 10년전 현대식 새 건물로 지었지만 그동안 빈점포가 많았으나 상남시장의 간판정비로 시장의 모습을 바꾸고 환경정비를 하면서 전체 588개점포가 모두 분양된 것이다. 체감하는 디자인사업 효과란 이런 결과를 두고 말하는 것이란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같이 도시의 모습을 바꾸어가는 사업들은, 오랜 문화적 측면과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시민커뮤니티 디자인사업이다.

◆거리에 문화와 예술의 옷 입혀 도심의 활력을

도시의 모습에서 중요한 문제점은 보도가 없이 차와 보행자가 뒤섞여 다니는 길의 모습이다. 얼마 전까지 시청 바로 뒤 상업지역의 모습도 그랬다.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한 사업추진위원회를 꾸려 거리이름을 '문화의 거리'로 명명하고, 시청후문에서 용지아파트 입구까지 170m 구간을 새롭게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총 사업비 29억8000만원을 투입한 이 사업은 무질서하게 늘어서 있던 전선·통신선을 모두 지중화 했다. 인근 9개 빌딩 153개 업소의 간판도 세련되게 교체한 것은 물론이다. 보행자와 차량, 화단, 건물출입계단, 입간판 및 돌출간판 등이 뒤섞여 혼잡했던 도로를 정비하면서 인도를 대폭 확보했다. 동시에 보도와 차도의 턱을 없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휠체어를 타고도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도록 함) 개념을 적용, 보행자 중심의 거리로 확 바꾸어 놓았다. 기존의 주차장은 상징조형물이 있는 중심광장으로 꾸며 사계절 문화행사를 열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이곳에는 고효율의 LED 야간조명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출할 수 있는 바닥분수를 설치해 그야말로 빛과 물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11월 1단계 구간을 정비하고 금년 4월에는 2단계로 구역을 확대 시행한 '문화의 거리'는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려 큰 호응을 얻으며 도심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문화의 거리를 중심으로 이 일대를 찾는 시민들과 손님들이 증가하면서 인근 상가의 매출도 늘어 상권 활성화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은 물론 전문가와 상인대표가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성공적인 조성을 이끌어냄으로써 민관협의체 활동에도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성공사례에 힘입어 진해 용원상업지역에도 상인들과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이 진행 중이다.

용호동 문화의 거리는 행정안전부가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옥외광고물 정책 평가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과 함께 특별교부세 1억원도 지원받았고, '대한민국 디자인대상'에서 기초자치단체중 1위로, 국무총리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국제공공디자인대상에서 공공부문 최우수상(Junior Grand Prix)과 PDA(Public Design Award)인증마크를 시상 받았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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