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을날 엄마가 그립다
아름다운 가을날 엄마가 그립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10.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한우 (한국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꼬마가 아프다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원으로 향하는 내 마음은 원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잘 울지도 않던 녀석이 울기까지 하니…. 오후 내내 마음을 졸이며 병원과 약국을 오가다 24㎏이 넘는 아이를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일 년 365일 내내 감기를 친구인 줄 알고 사는 데도 오늘은 유달리 더 힘들어 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나은데 하는 마음뿐이다. 뱃속에서부터 장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태어나 3개월부터 병원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지금까지 전신마취 수술을 몇 차례나 할 정도로 나를 단련시켜놨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나 아이가 일정 수준을 넘어 아프면 나는 제정신이 아니게 된다.

엄마가 되어야 엄마의 마음을 안다고 했던가? 예전에 아프면 괜한 짜증을 내며 엄마를 옆에서 꼼짝도 못하게 하며 귀찮게 했던 것처럼 이 녀석도 나를 잠시도 꼼짝 못하게 한다. 실컷 자고 나서는 조금 살만 한지 나를 있는 대로 부려먹는 녀석한테 '너는 좋겠다. 엄마가 옆에 있어서. 엄마도 엄마가 옆에 있어 너처럼 만지고 심부름 시키고 싶다' 했더니 가만히 나를 쳐다본다. 외할머니를 한 번도 보지 못한 녀석은 외할머니는 영락공원에 가야만 한다는 것을 아는지라 엄마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듯 말듯 한가 보다.

요새는 중년의 여성들이 나이가 들어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딸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딸과 엄마의 관계는 참으로 미묘해서 사춘기를 기점으로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정말 많은 싸움을 하게 된다. 그런 모습은 아마도 엄마와 정을 떼어 딸이 스스로 독립적인 모습을 찾아가기 위함은 아닐까 한다. 그러다 딸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엄마의 마음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다시 엄마와의 관계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애틋함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닐까? 나 또한 사춘기를 기점으로 엄마와 정말 많이 싸웠고, 심지어 엄마에게 '엄마 계모 아냐?'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불행하게도 엄마와 그 어떤 화해를 하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엄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엄마에게 '엄마 딸이어서 행복하고 좋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사람들은 분명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내가 가지는 긍정의 힘과 나의 바른 생활을 만들어 준 사람은 분명 엄마이기에 나이가 들수록 그 감사함을 생각한다. 물론 엄마의 양육과 훈육을 받던 그 시간은 힘든 시간이었지만 말이다.

'엄마'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존재로 우리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태어나 처음으로 내뱉게 되는 말이 일반적으로 엄마이고, 또 너무 놀라거나 힘들 때 무심코 내뱉게 되는 말 또한 엄마인 것을 보면 사람이 자신의 삶을 지탱하게 도와주는 힘의 원천이 엄마의 존재 유무와 상관없이 그대로 '엄마'가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간절한 소망을 가질 때조차도 엄마를 부르게 되고, 엄마라는 말은 진정성과 진실성의 눈물을 흘리게도 한다.

요 근래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내가 나에게 힘을 주기 위해 착용하게 되는 반지나 브로치, 내 주변에 놓아두게 되는 물건들의 공통점에서 내가 얼마나 엄마를 그리워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자신의 일상적인 물건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을 '스눕'이라고 한다. '스눕'작업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간절하게 엄마를 그리워하고 그 힘을 얻고 싶어 하는지를 알게 되면서 엄마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기도 하고, 엄마의 삶을 다시 이해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몰랐던 내 모습에서 결국 나는 엄마 딸이었음을 알게 되기도 하였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가 내게 했던 방식 그대로 나도 모르게 내 아이에게 하고 있는 잔소리에 내가 문득문득 놀라고, 내가 만드는 음식들이 엄마가 해줬던 그 맛을 내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 가을날 아이를 통해 나는 나의 엄마를 새롭게 알아 가고 나날이 엄마를 그리워할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