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건축으로 가는 세가지 길
친환경 건축으로 가는 세가지 길
  • 경남일보
  • 승인 2012.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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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MCA 명예사무총장)

삼국사기를 쓰신 김부식 선생의 건축물에 대한 안목은 탁월하신 것 같다. 온조왕 시절의 백제 건축물에 대하여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儉而不陋 華而不侈)"라고 평가하셨다. 이러한 자세는 디자인의 아름다움과 건물의 친환경성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생활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경기도 용인에 있는 친환경 모델하우스를 견학한 적이 있다. 국내에서 대단히 유명한 건설업체가 지은 것인데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접목하고 최근에 개발된 친환경 제품까지 선보이고 있었다. 부러운 마음으로 평당 건축단가를 물었더니 땅값을 제외하고 평당 2000만원이라고 하였다. 견학자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왜냐하면 다들 살림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모델하우스를 지어 놓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고 배우거나 따라하고 싶은 생각 혹은 사고 싶다는 구매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검소한 친환경 건축은 가능한 것일까?

며칠 전에 창원시 제로에너지하우스추진단은 친환경 주택을 둘러보기 위해 대전, 대구를 다녀왔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기술연구원은 몇 년 전부터 두가지 유형의 2층 단독주택을 지어서 에너지 자급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 이 건물을 제로에너지 솔라하우스라고 부른다. 연구원 안에는 태양광 모듈을 외장재 대용으로 사용함으로써 건축비용을 줄인 곳도 있었고, 베란다 난간에도 적용하고 있었다. 한편 건설기술연구원과 민간기업이 함께 노력하여 패시브하우스 그린홈을 대구에 지어 놓았다. 외장재의 역할까지 겸하는 진공단열재를 자체 개발하여 건축공정을 단축시킴으로써 비용을 절감하였고 건물외부에 차양막을 설치하고 폐열을 회수함으로써 에너지 비용을 최소화시키고 있었다. 구조는 경량철골조였다. 이 건물에 적용된 기술과 자재는 이미 상용화되고 있었다. 반가운 일은 건설기술연구원내에 제로카본 그린홈연구단이 구성되어 있어서 여러 가지 실증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친환경 건축이 보급되고 쾌적한 도시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행정의 선도적인 역할이 급선무다. 모든 지자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세 가지 일을 경쟁적으로 시행하기를 바란다.

첫째, 시민들이 주저하지 않도록 격려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태양광 발전시설, 빗물 이용시설, 옥상과 벽면녹화를 할 경우에 설치비의 일정금액을 지원하는 것이다. 물론 상한선을 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에너지 기본조례를 통하여 국비와는 별개로 지자체 지원이 가능하다. 빗물조례의 제정을 통하여 빗물 이용시설 설치비 지원과 수도급수조례에 의한 상하수도 요금감면이 가능하다. 녹화를 위해서는 건축조례 개정을 통하여 손쉽게 지원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둘째,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아직까지 친환경 건축은 낯설다. 그런데 아파하는 지구의 증상을 생각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 바쁠수록 둘러가라는 말이 있듯이 곧바로 짓는 것보다 보여주고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보란듯이 친환경 건축물 모델하우스를 지어서 견학시설, 체험시설로 운영하는 것이다. 물론 지역의 건축사가 설계하고, 지역의 건설업체가 시공하고, 지역의 생산업체가 생산한 제품들로 가득하면 제일 좋겠지만 그럴 수 없을 때에는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해보는 것이다.

셋째, 개별 건축물뿐만 아니라 주거단지,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분양할 때에도 친환경 행정을 시행해야 한다. 산업단지를 조성할 때부터 녹지와 빗물 이용, 자전거 이용 등을 배려한다. 주거단지의 경우 기존의 지형과 자연적 조건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친환경성과 공동체성을 위한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공영개발 혹은 임대주택으로 할 수도 있고 민간업체에게 택지를 분양할 때 조건을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경상남도에는 친환경 건축과라는 부서가 있다. 도내 18개 시·군 모두가 조례를 제정, 개정하고 모델하우스와 작은 주거단지가 최소한 한개씩은 마련되도록 기초와 광역 건축행정이 머리를 맞대고 손을 잡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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