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같이 바람같이
물같이 바람같이
  • 경남일보
  • 승인 2012.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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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식 (진주 선학초등학교 교장)
나와 너가 모여 우리가 되지만 내가 빠지면 너희들이 된다. 우리는 우리가족, 우리동네, 우리고장, 우리나라로 확대된다. 지역이 넓어지고 사람이 많아지면 마음밭도 같이 넓어져야 하는데 마음밭은 좁은 그대로면 우리들과 너희들은 물과 기름이 된다. 나만 생각하여 내 잘못은 없어지고 남의 잘못만 탓하게 된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 산에서 골짜기로 시내로 강으로 바다로 간다. 흘러 가는 중에 장애물을 만나면 파괴하기보다는 넘어가고, 넘을 수 없으면 부드럽게 돌아 흘러 종래는 가장 낮은 곳에 가장 많이 모인다. 물은 그 아래를 들여다보면 낮은 데도 있고, 깊은 데도 있고, 온갖 것들이 그 아래서 또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으나 표면은 언제나 수평을 이룬다.

물이 한꺼번에 많아져 급류를 이루면 수면이 높고 거칠어지는 것이 마치 내 속의 뭔가가 넘쳐 화를 참지 못하고 밖으로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고, 상대방이 높이 보여 자신만 낮다고 생각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폭력적인 사고를 갖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그릇은 작은데 물이 너무 많아 흘러넘쳐 주위를 모두 휩쓸어 버리는 것은 좁은 마음에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하기보다는 해코지를 하려거나 내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에 비견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언제든 낮은 데로 흘러 수평을 유지하려는 물의 속성처럼 우리네 마음밭도 자연을 닮으려고 애써 노력하면 겸손과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은 닿지 않은 곳,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이 어디든 간다. 때로는 살랑거리는 미풍으로, 때로는 휘몰아치는 폭풍으로. 봄날의 미풍은 마치 기분이 좋을 때 얼굴에 저절로 온화한 미소가 어리듯 하고, 일한 후의 땀을 시원하게 식혀 주는 여름철의 시원한 바람은 호탕한 웃음처럼 껄끄러운 기분이나 속좁은 생각을 한 방에 날려버리기도 한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은 마치 뜨거운 열정을 식혀 안으로 풍성한 결실을 맺게 하는 어른의 고언 같기도 하다. 그러나 겨울철의 삭풍이 나뭇잎을 떨구거나 가지를 부러뜨리는 것처럼, 냉소나 비웃음은 우리네 몸을 움츠러들게 하고 마음마저 차갑게 식히기도 한다. 하지만 삭풍도 언제든 잦아들듯이 여유로운 생각과 따뜻한 마음은 나와 이웃 모두에게 평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물이나 바람 같은 주위환경이나 다른 사람 혹은 세상사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남의 기분에 따라 나의 마음도 달라지고, 세상사에 따라 나의 삶의 기준을 정하게 되고 주위 환경에 휘둘리게 된다. 남보다는 자기 스스로를 보도록 애쓰고, 세상사보다는 자기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하고, 주위 환경보다는 나 자신을 가꾸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항상 낮은 데로 흘러 수평을 유지하는 물처럼, 거칠 것 없는 바람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

정호식 (진주 선학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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