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성공스타일과 나의 스타일?
싸이의 성공스타일과 나의 스타일?
  • 경남일보
  • 승인 2012.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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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 (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이 대단하다. 전 세계인이 의미도 모르는 체 한국어로 된 음악을 따라 부르고, 촌스럽게만 보이는 말춤에 열광한다. 한국 가수가 부르는 우리말 가요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유사 이래 처음이다. 영국 가요차트에서는 이미 1위를 달성했고,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서도 연속 2위를 달리고 있다. 온갖 패러디 영상물이 판을 치고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대선후보들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어설픈 말춤을 선보인다. 문화를 넘어 정치·경제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싸이의 성공스타일은 과연 무엇인가.

2006년 말로 돌아가 보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특정한 인물이 선정되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선정내용이나 이유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파일 공유사이트와 개인 블로거가 등장하여 디지털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사회현상의 틀을 만들고, 전 세계 미디어 영역을 장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네티즌들이 편집하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도 전문가 대신 보통 사람들이 보여준 인터넷 혁명의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들 모두는 아무런 대가없이 일하고, 그 일에 열정과 에너지와 시간을 바친 우리들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5년 6개월쯤 지났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에 올려졌다. 열풍을 몰고 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유튜브 조회 건수는 이미 4억건 돌파했고 그는 일약 글로벌 스타덤에 올라섰다.

싸이의 성공스타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분명한 교훈은 당신(You)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은 위대한 몇 사람이 아니라 바로 평범한 우리들이다. 동양의 작은 분단국가, 작고 뚱뚱하고 잘생기지도 않은 가수,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가 만들어 놓은 유튜브라는 새로운 틀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틀은 우리의 한계를 넘어 서게 했다. 우리는 늘 우리 스스로 정해놓은 한계의 덫에 갇혀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세상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정해 놓은 한계를 극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싸이의 성공배경은 개인적 '열정'도 한 몫을 했다. 열정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더욱 솟아난다. 싸이는 노래와 춤을 미치도록 하고 싶어 했다. 부모님이 원하는 경영학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음악공부에 열정을 쏟았다. 우리 주위에는 "마지못해 하는 사람", "심지어 못 죽어서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들에게 열정을 찾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열정없는 성공은 없는 법이다.

컨텐츠도 성공스타일을 갖추고 있다. 외국인들은 싸이 노래에 대해 한마디로 '재미있다, 독특하다'라고 말한다. 싸구려 말춤을 추면서 '오빤 강남스타일'이라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반전의 재미도 제법 있다. 분명히 기존 음악과는 차별적이다. 최근 모 그룹회장도 싸이의 열풍을 언급하면서 차별화를 강조했다. 블루오션도 차별화의 의미가 담긴 말이다.

또 하나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성공스타일은 전문성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기획에서 제작, 유통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것이다. 짐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를 보면 '고슴도치 콘셉트'라는 말이 있다. 여우는 아는 게 많다. 그래서 고슴도치를 기습하기 위해 끊임없이 복잡한 전략을 짜낸다. 그러나 고슴도치는 여우가 공격하면 몸을 공처럼 만들어서 날카로운 가시로 방어한다. 이것밖에 못하지만 매번 승리는 고슴도치 몫이다. 최근 웅진그룹 사태에서 보듯이 몇몇 기업들이 전문분야와 다른 영역에 손을 데다가 큰 타격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내 색깔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싸이의 성공스타일을 나의 스타일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 한번 쯤 고민해 볼 만 하지 않는가.

안상근 (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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