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환경 진주 자전거도로 잘 가꾸고 누려야
천혜의 환경 진주 자전거도로 잘 가꾸고 누려야
  • 경남일보
  • 승인 2012.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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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호영 (진주시자전거연맹 회장)

'천혜(天惠)'라는 말은 말 그대로 '하늘이 내려준 은혜'라는 뜻이다. 하지만 때론  흔히 쓰여 식상한 경우도 많지만 어떻게 표현할 수 없어 '과연 천혜로다'하고 온몸으로 동조하기도 한다. 진주의 풍경이 그러하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남강과 이를 따라 펼쳐진 새벼리, 뒤벼리 등이 이루는 절경은  그런 위엄이 있다.

진주는 자전거 거점도시로 선정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장 깊게 접할 수 있는 강변을 따라 자전거도로를 놓았다. 2003년 자전거 시범도시로 선정된 이후 지금까지 무려 130km에 이르는 자전거 전용도로 및 겸용도로로 도심과 외곽을 연결해 자전거로 진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모두 만끽할 수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인간의 노력이 곁들여진 천혜의 자전거 도시인 셈이다.

하지만 진주의 자전거 환경을 최고로 치는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하늘과 인간이 함께 빚어온 역사의 숨결이다. 이 숨결이 자전거 도로를 따라 고스란히 전해지는 도시가 바로 진주이다. 진주는 임진왜란 당시 김시민 장군을 필두로 군·관·민이 하나 되어 3만의 왜군을 3000여 병력만으로 막아낸 역사를 지니고 있다. 또한 왜장을 끌어안고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 의기 논개의 고장이기도 하다. 남강을 따라 자전거로 달리다보면 임진년의 아픈 사연을 담고 있는 진주성을 볼 수 있다.

진주에는 하늘이 내린 자연이 있고, 강을 따라 펼쳐진 도로가 있다. 두 바퀴에 몸을 싣고 달리다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 내가 살고 있는가 하는 자부심에 전율하며 당당히 어깨를 펴기도 하고, 슬픔에 겨워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때로는 인간에 대해서 고민하고 나를 되돌아본다. 진주가 천혜의 자전거 도시라고 자부하는 이유요, 내가 자전거에 애착을 갖고 열정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자전거에 대한  여건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진주의 강변은 높고 좁은 제방과 그것을 둘러싼 간선도로들이 강과의 접근성을 떨어트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도시공간과 수변공간의 연계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다른 공사로 인해 끊어진 구간들 등 자전거도로 자체가 가진 문제점들도 불만요소에 추가된다. 그러다보니 강변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자전거도로가 생긴 이후에도 여전히 드물다. 큰돈을 들인 자전거도로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어찌 보면 시민들의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거꾸로 되짚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진주의 강변과 자전거도로는 완성형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나아가야 하는 현재진행형이며, 이를 만들어가는 것은 시청 또는 기업이 아니라 바로 진주시민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여건이 좋지 않다고 안 찾아가기보다는 자주 찾아가야 여건이 더욱더 좋아질 수 있다. 특히 칠암동 강변의 경우 제방이 따로 없고 경남문화예술회관과 야외공연장이 위치하고 있어 찾는 이들만 충분히 늘어난다면 도시공간과 수변공간이 조화를 이루기에 제격인 곳이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더욱 실용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진주에선 자전거가 단순히 개인들의 취미생활을 넘어 도시발전의 중심축이 될 수도 있다. 스페인의 빌바오나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 같은 도시들이 수변공간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듯 진주도 그러할 확률이 크다. 그런데 바로 자전거가 그러한 변화의 활력소다. 진주는 강변을 따라 자전거도로를 갖췄으니 이미 절반의 변화는 거뒀다. 그저 가서 하늘이 내려준 은혜를 느긋하게 즐길 수만 있다면 진주는 고전과 현대, 하늘과 인간이 어우러진 문화·관광의 도시로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진주는 자전거를 타기에 천혜의 환경을 갖췄다. 하지만  하늘이 부여한 것을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진주의 자전거도로가 가진 문제점들은 분명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개선해 나가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10년, 20년이다. 진주 시민 모두가 자전거도로에 대해 조급한 불만을 꺼내기에 앞서 하늘이 내려준 은혜를 정말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강변에서나 동네 주변에서 많이 타고 즐기면서 일상생활에 녹아드는 자전거문화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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