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여론조사 놓고 공방
美대선 여론조사 놓고 공방
  • 연합뉴스
  • 승인 2012.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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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토론 오바마 승리에 롬니측 불인정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후보 2차 TV토론 대결에서 누가 이겼나를 놓고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진영 간에 승강이가 한창이다.

 오바마 캠프는 CNN(46% 대 39%)과 CBS(37% 대 30%), 입소스/로이터(48% 대 33%), 구글컨슈머서베이스(48% 대 31%) 등을 들어 오바마가 압승했다며 지지층 결집과 투표 독려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반면 롬니 캠프는 ‘누가 경제를 더 잘 다룰 것이냐’는 질문에서 롬니가 18%포인트(CNN), 31%포인트(CBS) 앞선 점을 내세워 롬니가 절대 패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롬니의 최고 전략가인 스튜어트 스티븐스는 17일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올해 대선 승패를 결정할 현안을 본다면 롬니가 압도적으로 이겼다”며 “경제 분야에서 20%포인트 높다면 토론을 진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오바마가 전체적으론 이기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스티븐스는 “그걸 알려면 (먼저 여론조사기관에) 조사방법부터 물어야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1차 때와 달리 2차 토론 내내 방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1차 토론 때와 달리 2차 대결에서 롬니가 판정패한 것으로 나오자 점수가 좋게 나온 경제문제 해결 능력을 앞세워 롬니의 지지율 상승세 멈춤 등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차 토론 직후 임시여론조사(instant poll)에서 롬니가 67% 대 25%(CNN), 46% 대 22%(CBS)로 완승했을 때 롬니 진영에서 별 얘기가 없었던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그렇다고 오바마 진영이 무조건 여론조사에 고분고분한 것은 아니다.

 오바마는 지난 몇 개월간 롬니를 약 2%포인트 리드하다가 지난달 6일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 전당대회의 흥행을 계기로 4-5%포인트까지 격차를 벌려 당선이 유력시됐다.

 그러나 지난 3일 1차 토론에서 롬니에게 완패하면서 상황이 역전돼 롬니가 종전 지지율에 약 4%포인트를 추가하면서 양자 대결은 초박빙 상태가 됐다.

 오바마 캠프는 전당대회 효과로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할 때는 잠자코 있었으나 토론 효과로 롬니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볼멘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갤럽이 12개 경합주(州) 지지율을 조사해 롬니가 오바마를 4%포인트 추월하고 여성층에선 동률을 이뤘다고 발표하자 오바마 진영이 발끈했다.

 오바마 쪽 여론조사가인 조엘 베넨슨은 “갤럽 수치가 다른 모든 경합주 여론조사나 전국 단위 조사의 추세와 다르다”며 갤럽 조사를 ‘극단적 이상치(異常値)’로 혹평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오바마 캠프의 데이비드 시마스 여론조사 책임자는 선거 자원봉사자들에게 “여론조사는 오르락내리락한다. 여론조사는 중요하지 않다”며 “꾹 참고 기다리면서 (유권자에게) 전화 한통이라도 더 하고 한군데라도 더 방문하라”고 주문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후보 캠프들이 여론조사가 임시든 정식이든, 전국 단위이든 주 단위이든 간에 자기 후보에게 불리하게 나오면 아전인수(我田引水)나 견강부회 (牽强附會)를 서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선 투표가 3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 지지율이 뒤진다는 것은 후보나 캠프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선 레이스가 초접전 양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매일 주요 여론조사를 취합해 지지율을 산정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17일 현재 전국 평균 지지율은 롬니 47.4%, 오바마 47%로 격차가 0.4%포인트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여론조사결과가 나오면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 유권자나 경합주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파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 캠프 쪽 여론담당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수단이 조사대상(샘플) 선정과 조사(인터뷰) 방식에 하자가 있다고 목청을 높이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투표예상자(likely voter) 지지율을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 조사기관은 선거사무소에 등록된 등록유권자(registered voter) 또는 이들 가운데 투표할 의사가 높은 유권자(투표예상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한다.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높다고 하는 투표예상자 결과가 더 많이 공개된다.

 투표예상자 중에는 이미 조기(부재자) 투표를 했거나 선거 당일 투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 많아서 실제 투표 결과와 더 일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록유권자는 지역.인종.성별.나이, 소득.교육 수준 등 인구학적.통계학적 일정 기준에 따라 선정되고 투표예상자는 과거 투표 경험이나 주거지 내 투표소 유무 등을 토대로 정해진다. 통상 전국 단위 조사는 샘플이 1천명선이고 이 중 250-300명 정도가 경합주에 산다.

 조사방식도 과거에는 일반전화나 직접 방문을 통해 이뤄졌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휴대전화 이용자가 급증함에 따라 휴대전화를 추가하거나 비중을 늘렸다. 갤럽은 최근 휴대전화 조사 비중을 40%에서 50%로 높였다.

 롬니 쪽은 휴대전화 사용률이 젊은층과 히스패닉(중남미계 이민자) 등 주로 민주당 지지층에서 높아 휴대전화 조사가 늘어나면 불리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임시여론조사는 전화.휴대전화, 자동녹음.온라인 인터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정식조사처럼 국민 전체 의견을 나타내지 않는다. 대선 후보 토론회를 예로 들면 이를 시청한 사람의 의견만을 반영한다.

 투표예상자 논쟁은 지난 8일 퓨리서치센터에서 롬니(49%)가 오바마(45%)를 4%포인트 앞서고 등록유권자 지지율은 오바마와 롬니가 46%로 동률이었다고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바로 다음날(9일) 갤럽도 투표예상자 지지율에서 롬니(49%)가 오바마(47%)를 2%포인트 리드했다고 공개한 뒤 연일 다른 조사기관과는 다르게 롬니가 비교적 큰 차로 앞서는 지지율을 내놓고 있다.

 갤럽은 그간 1주일씩 평균을 낸 등록유권자 지지율만 발표하다가 지난 9일부터 투표예상자 지지율을 동시에 발표하고 있다.

 롬니 지지율은 갤럽(10.10-16일)에서 51%로 오바마(45%)와 격차가 6%포인트에 달했다. 갤럽의 투표예상자 지지율 공개 이후 최대폭이다.

 등록유권자 지지율에서도 지난 8월 말 이후 처음으로 롬니(48%)가 오바마(46%)를 추월했다.

 하지만 롬니는 라스무센리포츠 조사(10.14-16일, 일반전화 온라인)에선 1%포인트 앞서고 IBD(경제지) 조사(10.11-16일, 일반전화 휴대전화)에선 오바마에게 1.5%포인트 뒤졌다. 라스무센과 IBD 조사 역시 투표예상자 지지율이다.

 조사 시점상 2차 토론 성적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갤럽의 롬니 6%포인트 우세는 여건이 비슷한 RCP(0.4%포인트)를 포함한 다른 조사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있다.

 오바마 캠프는 등록유권자의 경우 젊은층, 세입자, 소수계층처럼 민주당 지지 성향이 많지만 투표예상자의 경우엔 투표 열기가 상대적으로 높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많이 포함될 수 있다며 등록유권자와 투표예상자의 지지율이 다르면 민주당 지지층에 대한 편견을 조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롬니 캠프의 여론조사가 닐 뉴하우스는 의회전문지 더힐 인터뷰에서 대통령 업무 수행 부문(갤럽 49%) 등에서 오바마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히스패닉과 젊은층 등의 투표율이 높았던 2008년에 근거해 샘플 크기를 정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여론조사들은 부정확한 것이라고 되받았다.

 전국 단위 지지율과 경합주 지지율이 조사기관마다 다른 것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유권자의 판단을 혼란케 하고 여론 조작 등 불순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선거 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하루에 20개의 여론조사결과가 발표되는데 이중 자신이 좋아하는 것 3개만 선택하거나 싫어하는 것 3개를 뺀 나머지를 갖고 판세를 읽으면 오판할 수 있다면서 표본수가 (갤럽처럼) 2천500-3천명인 여론조사가 있는데도 250-300명만을 대상으로 해 오차범위가 ±6%포인트에 달하는 여론조사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여론조사 결과가 15분에 하나씩 나오는 것 같다며 유권자에게 ▲같은 기관의 여론조사 추이를 추적할 것 ▲격차(%포인트)에 너무 집착하지 말 것 ▲전화.온라인 등 조사방법 차이를 고려할 것 등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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