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대안, 협동조합
지속가능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대안, 협동조합
  • 경남일보
  • 승인 2012.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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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2월이 되면 협동조합기본법(이하 ‘기본법’)이 발효된다. 기획재정부는 이 법의 시행으로 나라 전체에 적게는 2만에서 많게는 4만개 정도의 협동조합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그동안 8개의 협동조합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개별법에 의해 결성됐다. 발효될 기본법과 개별법의 가장 큰 차이는 설립인원 수와 인허가 규정에 있다. 조합원 수가 1000명 이상이어야 하는 농협에 비해 새로운 기본법은 5인 이상이면 조합 결성이 가능하다. 그리고 농협, 신협, 생협, 중기협 등 기존의 조합은 해당 부처 장관의 인가사항이었지만 기본법에서는 조합 결성 후 시·도지사에게 신고만 하면 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기본법에서는 금융과 보험업을 제외한 어떤 분야도 조합의 결성을 허용하고 있다.

예로부터 ‘일 공동체(worker‘s collective)’ 내지 생산자협동조합(생협)의 모양을 갖추었던 ‘두레’와 ‘품앗이’, 신용협동조합의 얼굴인 ‘계’, 규율과 질서를 바탕으로 생협의 성격을 갖는 ‘향약’ 등이 있었다. 그렇지만 근대적 협동조합의 최초는 1961년 부산에서 태동한 신용협동조합이었고, 그 해에 연이어 농협도 선을 보였다.

서구에서의 협동조합 시초는 1844년 영국의 로치데일 공장 선구자조합으로 알려져 있다. 근로자들이 독과점의 횡포를 견딜 수 있게 대안으로 조합을 만들어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제는 사회서비스, 문화, 스포츠, 유통 등 거의 모든 분야로 확대되어 결성되고 있다. 예를 들면 노인보호, 탁아, 노숙자 자활 등의 서비스도 협동조합이 담당하고, 스위스에서는 거의 모든 유통업을 대기업의 대형마트가 아닌 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다. 세계적인 식품기업인 선키스트, 유명한 AP통신사, 독일계의 알리안츠 생명보험사, 축구선수 메시가 뛰고 있는 FC바르셀로나 등이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었던 협동조합이다.

FC바르셀로나는 지난해 기준 약 19만명의 조합원이 있으며 이 중 4만명은 국외 거주 조합원이다. 조합원 1인당 연간 약 28만원의 조합비를 내어 총 532억원의 출자금으로 조합원들이 구단을 경영하고 있다. 이 돈으로 수준급의 선수들을 선발, 최고의 팀으로 가꾸고 명승부와 승리의 가도 속에 축구장 만원입장, 광고, 이벤트, 아이템 개발판매 등에 의한 수익을 선수 1명당 수십억원씩 벌어들이면서 조합원들에게 배당도 한다.

협동조합이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갖고 공동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자율단체를 말한다. 출자자와 이용자 및 수익권자가 동일하다. 시장경제가 자본을 중심으로 한다면 협동조합은 조합원인 사람이 기준이 된다. 일반회사는 투자자(주주)가 소유하여 무한의 영리를 추구한다면 협동조합은 이용자들이 소유하면서 이익배당금도 금리 수준에서 제한된다. 사람이 본위인 공동체 중심이지 결코 이윤 목적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식회사보다 더 알찬 편익증진이 가능하다. 또한 발생한 이익은 사회 환원을 통해 힘들고 어려운 분야를 회생시켜 새로운 공동체로 승화시키고 일자리도 늘려 나간다. 실제로 남유럽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도 협동조합이 활발한 이탈리아의 에밀리아 로마냐 주(400여개의 생협과 협동조합 총연합인 ‘레가’의 역할)나 스페인의 몬드라곤(8만4000명의 조합원이 일하는 생협 중심)은 협동과 신뢰로 일자리를 나누면서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협동조합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선 기존의 노동조합과 다른 ‘일 공동체’가 새롭게 성장 가능하며, 1990년대 이후 노동자협동조합의 전통을 승계한 1200여개의 자활공동체가 기본법으로 인해 활성화가 가능하다. 보건의료, 의료생활 등이 협동조합으로 거듭날 수 있고,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 기존의 사회적경제 기반이 협동조합으로 전환될 수 있다. 또한 금융업은 불허하지만 소액대출, 상호부조를 지향하는 공제협동조합과, 직거래, 장례사업, 공동육아 등에서도 협동조합의 탄생이 예상된다. 택시기사, 빵집, 반찬가게, 세탁소, 정비소, 호텔경영자, 헤어디자이너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연간 3만명이 1인당 30만원을 낸다면 90억원의 출자금을 갖는 경남FC도 협동조합으로 거듭날 수 있다.

기재부에서는 내년도에 307억원의 예산을 확보하여 소상공인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하면 최고 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경남도와 각 시·군도 기본법 발효와 조합설립을 대비해 협동조합팀을 설치하고 지원예산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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