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강남스타일
진주 강남스타일
  • 경남일보
  • 승인 2012.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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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 EU연구소부소장·건축학과 교수)
최근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도시계획적으로 보면 강남지역이 좋은 입지를 가진 것은 아니다. 원래 북쪽 배면엔 산을 두고 남쪽으로는 물을 접해야만 여름에 시원한 남풍을 받고, 겨울엔 세찬 북풍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위치적으로 진주의 강남인 천전, 칠암, 망경, 주약, 강남동은 이전에는 매우 홀대를 받던 곳이었다.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배가 시내로 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고,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1912년에는 작은 배로 엮어 만든 부교형태의 ‘배다리’가, 1927년에는 콘크리트로 된 근대식 진주교가 개설되었다. 이처럼 육로가 연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동네를 계속해서 ‘배건너’라 불러 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했던 천전 및 칠암지구가 오늘날에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였으며 지리적으로 명실공히 진주의 중앙부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주약동이나 망경동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또 하나의 문제를 떠안고 살아왔다. 1925년에 경전선이 개통됨으로써 역사부지와 철도가 이 동네를 단절시켰기 때문이다. 이로써 ‘배건너’ 뿐만 아니라 ‘철도건너’의 지역도 되어버렸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도시개발의 사각지대에 놓여 슬럼화의 길을 걸어 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미 1980년대부터 역사 및 철도이전에 대한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곳의 주민들은 공공버스 혜택도 별로 받지 못했다. 도로사정은 열악했고, 심지어는 70, 80년이 다 되어가는 도로가 비포장으로 남아 있었다. 철길 옆에는 영세민이 모여들어 문자 그대로 ‘기차길옆 오막살이’ 생활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 새 희망의 불씨가 생겼다. 올해 말이면 고속철인 KTX 개통을 위한 철도 직선화 사업으로 역사가 옮겨가고 폐부지가 생긴다. 따라서 현재 이 부지에 대한 도시재생 방안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사실 이제 13년만 더 있으면 어언 100세가 되는 진주의 철도는 많은 역사와 애환을 지니고 있다. 철도는 진주를 서부경남의 교통, 산업, 교육, 문화의 요충지로 유지해 준 버팀목이었다. 또한 역은 애환의 장소이기도 했다. 이전의 역 광장은 입영하는 친구, 애인, 아들을 배웅하던 곳이었다. 또한 산업화 시대에 대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던 사람들의 이별과 재회의 장소였다. 늦은 밤에 출발했던 서울행 열차는 우연히 만난 고향 지인과 소주 한 잔 놓고서 밤새 정담을 나누던 추억의 공간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러한 역사 공간을 보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폐역사부지 활용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생태공원, 문화센터, 업무지구, 자전거 및 산책로, 철도 테마파크 등의 조성계획은 세계적인 추세에도 맞는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단절되고 신음하던 망경·주약지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즉 이 지역에 쾌적한 정주환경을 만들어 시민의 긍지를 회복시켜 주어야만 한다. 또한 이에 더하여 지역특징을 표출하면서도 21세기를 대표하는 미래지향적인 도시공간을 만들어야만 한다. 이를 통해 진주의 브랜드효과를 높이며 사람들이 와서 일하고 살고 싶어 하는 창조도시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주시, 시민, 전문가의 창의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부지 소유자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전향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이전의 불모지에 세워진 서울의 강남은 빈곤했던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신화를 표출해 주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부동산 투기, 과열된 교육, 지나친 유흥문화 등의 부정적 이미지도 보여주는 곳이다. 이에 비해 ‘진주의 강남스타일’은 천년 역사에 바탕을 둔 품격 있고 미래지향적이며 독창적인 것이어야 한다. 이런 진주스타일 창조를 위해 우리 지금부터 갈 때까지 가보자.

최만진 (경상대 EU연구소부소장·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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