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풀어주는 'TV 인포테인먼트'
궁금증 풀어주는 'TV 인포테인먼트'
  • 연합뉴스
  • 승인 2012.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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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부터 역술인까지 전문가의 해법 제시 인기
‘1년이 지난 외상값 갚아야 할까요?’ ‘명절증후군을 극복하는 방법은 뭔가요?’ ‘욱하는 성격과 참는 성격 중 어떤 게 더 건강에 나쁠까요?’

인터넷 관련 사이트의 Q&A 게시판에서 볼 법한 질문들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한 시간짜리 방송을 이끌어가는 주제가 된다.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궁금증에 TV 속 전문가가 해법을 제시해주는 것.

여기에 재미를 더한 게 요즘 방송가의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프로그램이다.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오락을 의미하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합성어인 인포테인먼트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지배해온 예능계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정보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다 =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다.

MBN ‘황금알’은 특정 주제와 관련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출연해 해당 주제에 관한 견해와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5월 첫선을 보인 이래 종편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떠올랐다.

평균 시청률이 유료방송가입가구 기준 2%대를 유지하고 있고, 지난 9월 24일 방송에서는 3%를 넘어서기도 했다.

작년 12월 첫선을 보인 ‘닥터의 승부’ 역시 시청률 2%를 넘어서며 JTBC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애매한 건강 상식에 대해 각 과 전문의들로 구성된 ‘닥터 군단’이 치열한 의학 논쟁을 펼친다.

시청률이 2%에 육박하는 MBN ‘천기누설’은 기의 실체와 대체의학의 효과 등 속설이 만연한 주제를 두고 전문가들과 함께 검증을 진행한다.

지상파에는 육아 전문가가 나오는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법조인들이 출연하는 법률상담 프로그램 KBS 2TV ‘의뢰인K’가 대표적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8-10%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추석 KBS 2TV가 방송한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도 시청률 9.3%로 추석 특집 파일럿(시범) 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 프로그램은 의사, 변호사 등 각계 전문가 16명이 제시하는 가족 문제 해결법을 콩트와 토크쇼의 형식을 빌려 소개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의 인기 원인은 우선 연예인 위주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도에서 찾을 수 있다.

MBN 김시중 CP는 “시청자가 기존 연예인 위주의 신변잡기 이야기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대신 전문적이지만 눈높이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일본에는 이런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방송인 김구라 역시 최근 tvN ‘택시’ 간담회에서 “이제는 신변잡기적인 웃음보다 진정성이 중요한 것 같다”며 “(예능계에서) 신선한 인물을 발굴하는 풀도 바닥난 느낌이 든다. ‘황금알’ 등은 전문가들을 데려와 알맹이가 있는 토크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귄위적인 전문가는 가라’ = 시청자 눈높이에 맞춘 내용과 형식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의 특징은 딱딱하고 권위적인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신 자신의 경험담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때로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비타민’ ‘솔로몬의 선택’과 같은 과거 지상파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은 전문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황금알’이나 ‘닥터의 승부’를 보면 출연자들은 전문적 견해뿐 아니라 개인적 경험까지 들려준다.

‘황금알’은 첫사랑을 주제로 한 최근 방송에서 출연한 의사들의 연애담을 소개했고, ‘닥터의 승부’에서도 환자에 얽힌 의사들의 황당한 경험담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토론과 같은 입담 대결의 포맷 안에서 권위를 벗고 서로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전문가들의 이런 모습은 대중과 거리감을 좁힌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학교 교수는 “‘황금알’을 보면 전문가들이 티격태격 싸우는데 시청자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지식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게 된다”며 “시청자에게 방송에 참여할 여지를 주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이들 프로그램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건강 관련 주제라 해서 의사만 등장하지 않는다.

‘황금알’의 ‘노후준비 실전지침서’ 편에는 가정의학 전문의와 이혼 전문 변호사, 문화평론가, 재정 전문가, 성 전문가 등이 출연했다.

‘닥터의 승부’에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이 등장한다.

JTBC ‘신의 한수’에는 간통 전문 형사, 역술학자, 스피치 전문가, 한의사 등이 출연한다.

이밖에 ‘의뢰인K’처럼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이려고 상황극을 도입하는 경우도 있다.

“잘못된 정보 전달할 수도” = 이 같은 형식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23일 TV조선이 처음 방송하는 ‘속사정’은 속설 검증쇼를 표방했다. 전문가 8명이 연예인 패널과 함께 속설을 논리적으로 검증한다.

22일 첫선을 보이는 TV조선 ‘홍혜걸의 닥터콘서트’ 역시 여러 명의 의사가 출연해 잘못된 건강상식을 바로잡는 내용이다.

JTBC와 채널A 역시 전문가들이 출연하는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유독 종편이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는 제작 여건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종편 관계자는 “제작비가 지상파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A급 연예인을 끌어오기 쉽지 않고 연예인만으로 방송을 만들기도 어렵다”며 “한정된 제작비에서 연예인보다 출연료가 싼 전문가들을 섭외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내용으로 흐르거나 개인 홍보의 장이 될 위험이 있다.

의학 프로그램의 경우 성형수술 내용의 비중이 높은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자칫 성형수술을 조장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를 다루며 토론 형식을 취하다 보니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택광 교수는 “프로그램 논리에 파묻혀 시청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할 수 있다”며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절충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어중간한 결론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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