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약(萬病通治藥)과 철책경계
만병통치약(萬病通治藥)과 철책경계
  • 경남일보
  • 승인 201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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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완 (합동참모본부 사후검토관)
만병통치약은 온갖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상의 약이나 처방법을 말한다. 영어로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치료의 여신 파나케이아의 이름을 본떠 파나세아(panacea)라고 부른다. 약이라는 것은 부작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한 가지 약이 모든 질병에 맞는 효과를 내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모든 질병에 효과가 있고 부작용이 없는 만병통치약’은 만들 수도 있을 수도 없다.

지난 10월 2일 밤 동부전선에서 북한병사가 철책초소를 지나 생활관(내무반)에 노크를 하면서 귀순의사를 밝힐 때까지 군은 몰랐다. 이뿐 아니라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피폭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고, 지난달에는 탈북 주민이 교동도에 숨어 지내다 주민신고로 잡힐 때까지 군이 몰랐으니 철통경계를 생명처럼 지켜온 군은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방 경계초소는 ‘강강술래’식이 아니다. 야간 초소간격은 수백m, 주간초소는 1㎞내외로 주야 순찰조를 운영하고 있다. 철책은 불모지대(약 25m 폭)에서만 관측이 가능하고, 감시장비는 전체를 볼 수 없다. 편제의 변동과 병력 감축 등 초소간격은 늘어났는데 과학화 장비는 예산부족 등으로 설치되지 못했다. 철책은 귀순병 현장 실사결과 “가운데 철책을 넘는 데 52초, 마지막 철책은 1분1초가 걸렸다”니 현 철책 경계시스템으로는 철통경계가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철책 경계시스템을 보강하고 군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최전방 철책 경계근무의 보강과 군 전략의 변화이다. GOP는 전문업체 ‘무인경비시스템’ 수준의 소초 및 중대단위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구축하여 철책경계를 보강해야 한다. 그리고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이루어지면 지금보다 경계병력을 감축하여 기동타격대로 운용하면서 국가의 운명을 판가름 짓는 정규전에 대비해야 한다. ‘국방이란 숲을 보고 철책경계란 나무를 보면서 시설 및 감시장비의 보강 등 시스템적으로 철통경계가 가능’토록 해야만 국지도발과 전면전 대비 등이 상호균형과 조화를 이룰 것이다.

둘째, 국방비를 GDP의 3% 이상으로 확충해야 한다. 현 국방비로는 병력·장비 및 시설유지, 전기전술연마, F-15K전투기(1대당 약 1500억원) 구입, 이지스함(1척당 약1조5000억원)건조, 800㎞까지 늘어난 미사일 전력대비 등에 우선적으로 투입할 수밖에 없다. 2011년 한·중·일의 국방비는 한국이 약 31조원, 일본이 약 62조원, 중국이 약 110조원으로 중·일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30조원 이상)이 들 것이다. 세상은 스마트폰 시대로 변했는데 철책은 60년대 경계시스템을 유지해서야 되겠는가. 국가 존재가치와 직결된 안보비용 인상이 불가피하며 이 세상에 공짜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셋째, 싸워 이기는 군대를 육성해야 한다. 철책경계는 분·소·중대장 선에서 상황이 종료된다. 국방부장관은 “경계작전 실패와 상황보고 체계상 부실, 적시에 정확하게 알리지 못해 혼선을 빚게 했다”며 장성급 5명과 영관급 9명을 문책한다고 밝혔다. 군 기강해이와 허위보고는 뿌리 뽑아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초병과 분·소·중대장 등이 전기전술연마와 강한 정신교육으로 철책경계 임무를 완벽히 수행할 수 있도록 상급제대에서 교육훈련 등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만병통치약이 없듯 100% 철책경계 또한 어렵다. 휴전 이후 수많은 철책 침투사건이 있었고, 월북자가 생겼고 탈북자가 넘어왔는데 그때마다 철책경계는 땜질식 보강으로 끝났다. 열 사람이 도둑 한 명을 못 지키듯 155마일 휴전선에 1명의 침투자를 지키기는 사실상 힘들다. 철책경계에 대한 전략의 변화(경계시스템의 과학화와 경계병력 축소로 정규전 대비)와 이해, 국방비 GDP의 3% 이상 확충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우리 국민들은 국가안보를 위해 철책경계뿐만 아니라 서해 5도에서 북한이 무력도발을 한다면 북한보다 월등한 합동전력이 필요하다는 것과 이어도나 독도에서 영토분쟁이 일어난다면 중·일보다 우세한 해·공군력이 요구됨을 알아야 한다. 전투는 군인이 하지만 전쟁은 국민이 한다. 군은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와신상담의 자세로 철책경계를 원점에서 전면 재보강하고, 국민들도 군이 국가안보를 보다 튼튼히 할 수 있도록 채찍과 사랑으로 군을 담금질한다면 국가안보를 한 단계 상승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강태완·함동참모본부 사후검토관



강태완사진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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