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움직임으로부터 탄생한 해석기하학
파리의 움직임으로부터 탄생한 해석기하학
  • 경남일보
  • 승인 201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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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의 생활 속 수학이야기
데카르트는 1637년에 ‘철학 논문집’을 출판하였다. 이 책의 주제에 해당하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성을 올바르게 인도하고 과학에서 진리를 탐구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인 ‘방법서설’이다. 이 방법서설에 딸린 부록 세 개는 각각 광학, 기상학, 기하학이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이들 중 데카르트가 해석기하학에 기여한 것이 바로 세 번째 부분인 기하학이다.

기하학은 약 100쪽에 달하는 분량이며 그 자체가 다시 3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1권은 대수적 기하학에 관한 약간의 이론과 그리스 시대의 발전상을 다루고 있다. 제2권에서는 현재 쓰이지 않는 곡선의 분류와 곡선의 접선을 작도하는 흥미로운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제3권은 2차 이상의 방정식의 해법에 관한 것이다. 사실 기하학의 가장 중심이 되는 주제는 “기하학을 대수적 기법을 통하여 도형의 사용으로부터 해방시킨다”라는 것이었다.

이 책에는 32가지의 그림이 있지만 명백히 밝혀진 좌표축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책은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쓰여져 읽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뒤에 쉽게 설명한 라틴어 번역판과 각주를 단 개정판이 나오자 널리 읽히게 되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후에 오늘날 대학교재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되었다. 좌표, 가로축, 세로축이란 말은 1692년 라이프니츠의 업적으로 오늘날 해석기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데카르트가 해석기하학을 만들게 된 동기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이 중에서 해석기하학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데카르트가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천장 구석에서 날아다니는 파리 한 마리를 보았다. 무심코 그 파리를 보다가 천장에서 파리가 움직이는 경로를 서로 접하는 두 벽에서 파리까지의 거리를 연결시키는 관계로 묘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해석기하학에 대한 영감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천장을 좌표로 파리를 점으로 생각한 것이다.

다른 이야기 하나는 그의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 마틴 축제일 이브였던 1616년 11월 10일 다뉴브 강둑에 주둔한 군대의 막사에서 야영하고 있는 동안 데카르트는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는 중요한 꿈을 꾸었다. 그 꿈은 기이하고 생생하며 조리 있는 몇 편의 꿈이었다. 그에 따르면 그 꿈들이 인생의 목표를 명확하게 해주고 ‘경이로운 과학‘과 ‘놀라운 발전’을 밝히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기로 결심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데카르트는 무엇이 경이로운 과학이며, 놀라운 발견인지 명백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해석기하학 또는 기하학에서의 대수학 응용, 모든 과학적 방법을 기하학에 적용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데카르트는 꿈을 꾼 지 18년 뒤인 1637년에 비로소 그의 착상의 일부를 방법서설에 나타냈으며 이것이 오늘날 수학 발전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 역시 수학적 사고 및 수학적 추론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용수·김용수수학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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