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식 (진주 선학초등학교 교장)
이웃집은 구석구석까지 잘 보입니다. 집은 담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담은 허리보다 낮고 군데군데 허물어진 돌담 사이로 충분히 잘 보입니다. 방을 나서기만 하면 무슨 일을 하는지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요즘처럼 문이 이중 삼중으로 닫혀 이웃집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고, 좋은 방음재를 사용해서 소리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잘 모르는 이웃의 소리는 정겹기보다는 소음입니다.
이웃들과는 작은 것들도 항상 함께 나누었습니다. 앞집 옆집에서 평소와 다르게 맛있는 음식을 하면 냄새가 먼저 도착합니다. 뭐 맛있는 걸 만들까 궁금해 하고 있으면, 반드시 담 너머로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냄새가 나고 부르는 소리에 달려가면 틀림없이 먹을거리가 있습니다. 가지나물을 하면 담 너머로 보내 주고, 또 오이무침을 하면 담 너머로 넘어 오곤 하였습니다. 먹을거리와 함께 오가는 정은 더욱 두터워집니다. 요즘은 냄새를 탓하기 바쁘고, 먹을거리가 있더라도 먹어도 괜찮은지 의심부터 해야하는 세태가 아쉽기만 합니다.
작은 일이라도 축하할 일이 있으면 모든 일 제쳐 두고 모두들 모입니다. 마치 자기집 잔치처럼 같이 일하고, 같이 기뻐해 줍니다. 어렵고 힘든 일도 함께합니다. 슬픈 일을 당할 땐 서로간에 위로가 되고, 힘든 일은 손을 거들어 해결합니다. 김장김치를 담글 때도 함께하고, 밭일 논일을 할 때도 함께합니다. 요즘은 같이하는 일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세태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시골 풍경, 이웃 집 돌담, 음식 냄새, 이웃의 소리, 이웃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점차 싸늘해지는 날씨에 따뜻한 이웃사촌의 정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정호식 (진주 선학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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