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謝過)와 용서(容恕)
사과(謝過)와 용서(容恕)
  • 경남일보
  • 승인 2012.10.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재철 (진주시 대평면 면장)
사전적 의미로 사과(謝過)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 용서(容恕)는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줌’ 이다. 사과와 관련된 어휘로는 저두평신(低頭平身), 회사(悔謝), 사죄(謝罪)가 있고, 용서와 관련된 어휘로는 가차(假借), 관용(寬容), 용납(容納), 포용(包容)이 있다. 비슷한 말로는 용대(容貸), 높임말은 고면(高免)이다. 일본은 군국주의 시절 우리에게 저지른 만행을 지금까지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고 있다. 일본을 생각할 때마다 의아했다. 세계가 다 아는 ‘군 성노예’ 배상을 외면하는 일이 얼마나 일본 남자들을 징그럽게 만드는지. 잊을 만하면 독도를 들먹이는 게 얼마나 식민지배 근성을 드러내는지 그들은 모르는 건가, 모르는 척하는 건가. 진정한 사과를 강력히 요구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사과를 한다 해도 반드시 물질적·정신적 보상을 해야 한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곧바로 독일제국의 이름으로 이뤄진 모든 죄과를 국가적 차원에서 사죄했고, 물질적·정신적 보상을 해 왔다. 1970년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해 유대인 희생자 기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왕육(王育·진나라)은 젊은 시절 몹시 궁핍해서 언제나 남에게 고용되어 일을 했다. 하지만 굉장한 공부벌레여서 자신의 일인 양치기를 하면서도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양을 치면서 독서에 빠져 있었는데, 그 틈을 타 양떼들이 모두 달아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자신의 몸을 팔아 양 주인에게 배상을 하려 했다. 다행히도 의로웠던 주인은 다시 왕육을 받아들이고 그에게 옷과 음식을 제공하며 오직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했다. 덕분에 왕육은 경서와 사서를 두루 통달한 대학자가 되었다. 진정한 사과로 용서받은 사례다.

진정한 사과는 자기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와 나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불편함을 느꼈겠구나 라고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봤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며, 용서는 용서하는 사람이 여유롭게 참는 것이 진정한 화해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어릴 땐 잘못을 저지르면 사과하는 것이 법인 줄 알며,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사과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인 줄 안다. 그리고 어른이 되고 나서 사과해도 용서가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과는 남한테 용서받기 위한 사과가 아니라 자신한테 용서받으려고 하는 사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게다가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도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사과받지 않아도 용서해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생택쥐페리는 “인간을 사랑할 것, 아무리 나약한 인간이나 초라하고 불쌍한 인간도 사랑할 것, 그리고 그들을 심판하지 말 것”, 톨스토이는 “그대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거든, 그가 누구이든 그것을 잊어버리고 용서하라. 그때 그대는 용서한다는 행복을 알 것이다. 우리에게는 남을 책망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라고 했다. 명심보감에서는 “서기지심서인(恕己之心恕人·자기를 용서하는 그 관대한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고 깨우치고 있다.

/양재철·진주시 대평면 면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