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철 (진주시 대평면 면장)
왕육(王育·진나라)은 젊은 시절 몹시 궁핍해서 언제나 남에게 고용되어 일을 했다. 하지만 굉장한 공부벌레여서 자신의 일인 양치기를 하면서도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양을 치면서 독서에 빠져 있었는데, 그 틈을 타 양떼들이 모두 달아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자신의 몸을 팔아 양 주인에게 배상을 하려 했다. 다행히도 의로웠던 주인은 다시 왕육을 받아들이고 그에게 옷과 음식을 제공하며 오직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했다. 덕분에 왕육은 경서와 사서를 두루 통달한 대학자가 되었다. 진정한 사과로 용서받은 사례다.
진정한 사과는 자기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와 나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불편함을 느꼈겠구나 라고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봤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며, 용서는 용서하는 사람이 여유롭게 참는 것이 진정한 화해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어릴 땐 잘못을 저지르면 사과하는 것이 법인 줄 알며,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사과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인 줄 안다. 그리고 어른이 되고 나서 사과해도 용서가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과는 남한테 용서받기 위한 사과가 아니라 자신한테 용서받으려고 하는 사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게다가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도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사과받지 않아도 용서해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생택쥐페리는 “인간을 사랑할 것, 아무리 나약한 인간이나 초라하고 불쌍한 인간도 사랑할 것, 그리고 그들을 심판하지 말 것”, 톨스토이는 “그대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거든, 그가 누구이든 그것을 잊어버리고 용서하라. 그때 그대는 용서한다는 행복을 알 것이다. 우리에게는 남을 책망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라고 했다. 명심보감에서는 “서기지심서인(恕己之心恕人·자기를 용서하는 그 관대한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고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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