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正心)과 사심(邪心)
정심(正心)과 사심(邪心)
  • 경남일보
  • 승인 2012.10.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학수 (수필가, 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육체의 병은 의사가 치료하지만 마음의 병은 자신이 다스려야만 한다. 내 피부의 상처는 눈에 보이건만 내 마음의 상처는 볼 수가 없고, 열 길 물속은 잴 수가 있어도 한 길 사람 속은 잴 수가 없다고 했다. 숙고하면 인간의 마음은 단순한 감수성의 영역이 아니라, 내면의 자기만을 지키고 대변하는 광대한 왕국으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경지에는 순수한 심성과 무수한 열정이 도사리고 있는가 하면 적과도 동침하는 극악한 사념도 무리를 짓기 마련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의 마음에는 크게 정심과 사심이 있다. 그 정심의 편에는 천성에 의한 양심을 비롯하여 선심과 진심과 직심이 있고, 사심의 쪽에는 악심과 곡심과 의심 등이 각각의 방(房)을 점령하고 있다. 그러므로 생로병사를 거치는 동안 바른 마음과 나쁜 마음은 자리다툼에 호시탐탐 경계하고 투쟁하면서 사단(四端)의 순리와 근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 친구가 도굴을 하여 금은보옥을 많이 발굴하였는데, 행운의 축하연을 위하여 한 사람에게 술 심부름을 보냈다. 그 사이 탐욕이 발동하여 남은 둘이 공모한 끝에 돌아온 그 친구를 죽이게 되었다. 그때 술을 사러간 친구는 사심이 생겨 술병에 독약을 탔던 것이다. 잔치를 벌인 두 명도 술을 마신 후 즉시 죽고 말았단다.

심성이 착하고 마음을 바로 쓰면 하늘이 돕고 복을 받는다. 가상이지만 정심과 사심은 이생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저생에서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봉은 굶어도 좁쌀을 먹지 않고, 나귀는 언제나 샌님만 섬기듯이 마음이 정심인 사람은 인간의 본성과 지조를 지킨다. 고기가 썩으면 구더기가 생기는 것처럼 마음에 녹이 슨 사람은 의심이 많고 악행을 저지른다.

양을 만난 이리가 바른 소리 세 가지만 하면 살려준다고 하였다. 양은 우선 길에서 꼴사나운 이리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재수 나쁘게 만나더라도 그 이리가 장님이길 빌겠으며, 마지막으로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하니 아예 하느님께서 중벌을 내려 모두 없애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하였다.

무서운 이리 앞에서 순한 양이 진심에서 우러나는 직언을 퍼부었다. 여우는 간사하지만 굴을 깊이 파고 토끼는 민첩할지라도 경솔하기 짝이 없다. 찢기고 갈라진 세상, 사람으로 살면서 오장과 칠정이 생생하고 예민한데 어찌 사심이 없을까 보냐. 똥은 건드릴수록 구린내만 진동하고, 악인의 심보에는 질투와 시기만 가득차 있다. 장터에 앉은 점쟁이가 멀리서 찾아온 남의 신수나 사주팔자는 척척 잘 짚어도 정작 이웃이나 자기 집에 도둑 들고 불나는 것은 까마득히 모른다고 한다. 거짓과 기만으로 길들여진 사악한 현대인보다 초지일관 청렴하고 검소하게 살아온 우리네 조상들의 정직하고 소박한 마음씨가 진짜 참인간의 정심인 것이다.

/수필가·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