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반향과 시험 준비
심리적 반향과 시험 준비
  • 경남일보
  • 승인 2012.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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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가을이 깊어가니 곧 겨울이 올 것이고, 겨울의 초입이면 바야흐로 입시철이 시작된다. 다음 달 초부터 중학교 3학년의 마지막 시험인 2학기 2차 정기고사가 시작되고 다음 주 11월 8일에 2013년 대학수학 능력시험이 실시되면 연이어 본격적인 대입 수시모집에 돌입할 것이다.

사농공상의 계급사회였던 우리의 전통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선호한 관리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과거공부에 집착했고 주위의 관심도 지대했었다. 아들이 과거 응시차 한양으로 떠나면 어머니는 이른 새벽 장독대 옆 공터의 깨끗한 상에 정한수를 올려 놓고 급제를 빌었고, 이런 전통이 근대를 거쳐 현대에까지 이어졌다. 요즘은 종교를 통한 기도가 정한수를 대체하고 있지만, 사물의 기능을 통한 염원 성취에의 기대로 변질되기도 했는데, 즉 엿과 찹쌀떡을 시험장에 붙이거나 포크나 화장지를 선물하기도 한다.

우리 인간의 모든 삶에서 불안의 요소가 배제될 곳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프로이드는 ‘모든 이의 불안에 대한 마땅한 심리적 반향에서 종교가 나왔다’고 했다. 시험에 대한 불안도 예외는 아니어서 공부한 양의 많고 적음,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능력의 차이를 넘어 본인이나 주위 모두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 시험에 대한 불안해소와 남은 시험준비 기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심리적 반향(Psychological reactance)’이 있다. 반향이란 ‘어떤 일의 영향을 받아 일어나는 움직임’이니 ‘심리적 반향’은 ‘마음에 느끼는 영향을 받아 일어나는 움직임’이다. 이 반향은 보통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 아쉬움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는 특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미래 성취에 대한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 이 심리적 반향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은 세 가지 정도인데, 희소성을 깨닫게 하거나 자율 선택권의 중요성을 지각하게 하거나, 아니면 마지막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은 희소한 것에 집착하기 마련이어서 귀할수록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그런가 하면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스스로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누구나 마지막을 아쉬워하기에 옛 애인과 놓친 고기에 집착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세상사 모든 일은 실행자의 마음에서 결정되는 것이 부지기수다. 그러기에 여러 시험공부에서도 이 심리적 반향을 적절히 활용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희소성에 바탕을 두고 ‘너만은 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극소수 희소 전략’, 남은 기간이나 이번 응시하는 시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마지막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배수진 전략’을 세우는 것 등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전략이나 전술도 앉아서 그냥 얻어지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학습자 본인의 코피 흘리는 노력과 새벽에 정한수 떠오시던 옛 어머님들의 행동을 재현하지는 못해도 그 정성을 마음에 담아 격려하는 모정이 어우러질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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