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210>
오늘의 저편 <210>
  • 경남일보
  • 승인 2012.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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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이 얼굴 봤으면 됐다. 늦기 전에 가거라.”

여주댁은 며느리를 향하여 싸늘한 얼굴을 했다.

“진짜 너무 하시네요. 자식을 키워 본 사람이 새끼 안아보고 싶은 어미 마음을 어찌 그리도 모르세요?”

동숙이도 덩달아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할머니 품에 안긴 용진은 한사코 민숙에게로 오겠다고 발버둥을 치며 울어댔다.

“빨리 가래도 그런다.”

어미의 얼굴을 못 보게 할 요량인지 여주댁은 포대기를 집어 들어 용진의 얼굴까지 감싸버렸다.

밖으로 뛰쳐나오고 만 민숙은 터덜터덜 발길 닿는 대로 그냥 걸었다. 동공 위로 쉴 새 없이 끓어 넘치는 눈물은 볼 위로 세로줄을 그어대고 있었다.

해질 무렵에야 형식은 시골집에 도착했다. 집이 텅 비어 있었다. 조금은 허전한 얼굴로 딸의 손을 잡고 친정으로 향했을 아내의 모습을 떠올렸다. 들고 있던 옷감을 안방에 짜증스레 던져두곤 곧장 진석의 집으로 발걸음을 당겨갔다.

‘장모님께서 오셨나 보다.’

꼬리를 흔들며 대문께로 앞장서서 가는 점박이를 보며 진석은 그렇게 점을 야무지게 쳤다. 점박이가 사람보다 더 문지기 역을 잘 해내고 있는 터였다. 녀석이 짖어대지 않는 사람에겐 안심하고 대문을 열어줄 수 있었다.

“혼자 계세요?”

형식은 진석에게 피부병 약을 내밀며 대뜸 그렇게 물었다.

“응, 그래. 번번이 참 고맙구나.”

약을 받아 쥔 진석은 서둘러 대문부터 닫을 궁리를 했다. 마을 사람들의 눈을 위식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을 형식이도 잘 알고 있는 터였다. 그가 서운해 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는 구석이 있었다.

“형, 잠깐만요. 할 말이 있어요.”

형식은 대문간으로 잽싸게 몸을 들이밀었다.

“할 말? 무슨 말인데?”

진석은 뜨악한 얼굴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먼저 오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형식은 진석의 눈치를 노골적으로 살폈다.

“무슨 말인데 뜸을 들이고 그러니?”

진석의 얼굴표정에 궁금증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약속해 주세요.”

독촉했다.

“알았어. 오해 같은 건 하지 않으마.”

상대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다.

“여기서 아주 가까운 모락산에 있잖아요?”

“??.”

모락산이라면 지지대고갯길에서 서울 쪽으로 가면서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학동에선 엎어지면 코가 닿을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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