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라 팔백리길'
'진주라 팔백리길'
  • 경남일보
  • 승인 2012.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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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석 (전 언론인)
‘진주라 천리길’이라 했지만 진주-대전간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울 남부터미널까지의 거리는 800리도 못 되는 315.7km밖에 안된다. 진주-서울 남부터미널 간의 우등 고속버스 요금은 1만9400원. 신형버스로 좌석이 널찍한데다 평균 시속 100km를 안정적으로 달려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다. 또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통영터미널(거리 57.7km)까지 고속도로를 통해 운행하는 버스의 요금은 4700원이다.

그런데 거리가 진주터미널과 남마산터미널 간은 거리가 진주-통영 간보다 1.1km 짧은데도 버스요금이 6700원으로 2000원이나 더 비싸고, 진주-합천 간은 50.76km 거리인데도 요금이 6400원이나 된다. 35.73km 거리인 진주-산청 간 요금은 3900원으로 무척 비싸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산청 합천 의령 거창 함양 같이 진주에서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나 지방도를 통해 왕래하는 버스의 요금은 1km당 107.84원이고 고속도로로 다니는 버스요금은 1km당 59.78원꼴이다.

시골버스는 고속도로로 다니는 버스보다 낡고 좌석도 좁고 속도가 느리고 서비스까지 그저 그런데 왜 요금은 더 비쌀까. 경상남도의 버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산길이 많은 강원도에서는 같은 도내인데도 춘천-태백 간 버스요금이 서울-진주 간보다 비싸 2만원이나 된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국토해양부와 경남도에 문의했더니 대답은 “운송사업 원가를 도로요건과 도로의 경사도 등을 감안하여 책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나쁜 길을 다니는 버스는 도로의 상태가 나쁜 정도에 따라 할증요금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버스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나쁜 길을 다니는 버스의 요금을 더 비싸게 받는 게 합당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고속버스에 비해 낡고 좁고 느리고 깨끗하지도 않은 버스를 타면서 고속버스보다 80%나 더 비싼 요금을 지불한다면 억울한 일이 아닌가.

국토부와 도청 담당 공무원은 “그러면 국민의 세금으로 시골버스 사업자에게 보조를 해주면서 요금을 인하하라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무뚝뚝한 대답에서 시골 사람들의 입장에서 어떤 개선책을 찾으려고 노력한 적은 없었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열차는 빠르고 깨끗할수록 요금이 비싸고 완행은 싼데…. 여객선도 마찬가지이고.

시골버스 이용객은 거의가 농촌 거주자로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다닐 만한 형편이 못 되는 노인들이다. 시골버스 이용자들이 억울하게 비싼 요금을 부담하는 것은 복지 측면에서도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도로사정이 좋지 못한 농촌에 산다는 것 때문에 비싼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잘못된 처사인 것 같다.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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