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이 아니라 실력사회에서 희망찾기
학력이 아니라 실력사회에서 희망찾기
  • 경남일보
  • 승인 2012.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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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경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교수)
올해 졸업한 학생에게서 얼마 전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끊고 나니 그 학생을 처음 만났던 작년 신입생 면접 때가 떠올랐다. 당시 유난히 반짝이는 눈에 자신감 있는 말투로 면접을 본 그 학생은 첫인상이 참 좋았다. 해서 그 학생의 응시서류를 유심히 살펴 보았다.

그러자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학력이었다. 우리 학교는 학력제한이 없어 누구나 응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민 일반의 학력이 대체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를 졸업한 응시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그 학생의 학력은 중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으로 기재돼 있었다. 다소 의아해 이유를 물었다. 사연이 있었다. 학생은 평소 디자인계열 고등학교를 가고 싶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업계 고등학교 진학을 원하고 있던 그의 부친께서 끝내 허락을 하지 않았고, 결국 그 학생은 디자인계열로 진학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진학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해 그렇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흘러 군복무까지 마친 그 학생은 평소 자신의 꿈을 이뤄 보겠다며 우리 대학 디자인학과에 응시했던 것이었다.

바야흐로 고학력 시대다. 그런 만큼 학력 중심의 사회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그러한 바람과 이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필자조차도 그러한 현실을 완전히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해서 그 학생을 어떻게 해야 하나 처음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록 학생의 학력은 낮지만 의지가 강한 만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꿈을 스스로 설계하고 이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하나를 믿고 합격을 시켰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았기에 규칙적인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을까 걱정도 했으나 그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학교생활 1년 동안 무단결석 등 수업을 맘대로 빼먹거나 애를 먹이는 일이 거의 없었다. 운전면허 시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각을 해야만 할 때에도 일이 끝나자마자 바로 학교로 달려와 수업에 임하는 모습이 너무나 대견하고 믿음을 주었다.

매사 성실하고 적극적이며 디자인 감각까지 갖춘 그 학생은 자신의 실력에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짝씩 내딛었다. 그 결과 각종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고, 평소 관심 있었던 게임회사 취업을 위해 ‘게임 기획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물론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취업이 문제였다. 실력이 있어도 학력이 중시되는 사회다 보니 그 학생의 최종학력이 늘 고민이었다. 실제 4년제 정규대학을 졸업한 학생조차도 갈수록 취업문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학졸업자는 회사에 해당 학생을 적극 추천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반면 학력이 낮은 학생의 경우 상당한 기간을 두고 회사를 적극 설득해야만 한다.

우여곡절 끝에 그 학생은 어느 게임전문회사에 인턴사원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얼마 전 인턴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정규직원으로 발령받았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왔다. 취업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땀으로 일군 실력과 포기하지 않는 열정으로 자신의 꿈을 당당히 성취해 낸 그 학생이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학생들에게 쉽게 열리지 않던 게임회사의 취업문이 ‘준비된 도전자’에게까지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많이 배우고 높은 학력을 쌓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경력쌓기나 간판 만들기 과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신의 꿈과 능력을 키우는 과정일 때 비로소 가치가 있고, 그 결과 또한 긍정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그 학생에 관한 일화는 그러한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사회나 기업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학력이 아니라 실력 그리고 그 개인이 가진 가능성과 열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도 이제는 간판이 아니라 자신의 꿈과 이상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부단한 스스로의 노력과 열
정을 불태워야 한다. 학력사회가 아니라 실력사회가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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