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생명의 비행, 그 새를 만난다
경이로운 생명의 비행, 그 새를 만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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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생명신비여행 <10>가창오리
가창오리의 아름다운 비행
가창오리의 아름다운 비행
 
겨울철새의 계절이 다가왔다. 우리나라 대표적 겨울철새 가창오리는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가 원조다. 가창오리는 화려한 군무는 매료되어 해마다 수많은 탐조객이 주남저수지를 찾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설이 되고 말았다. 겨울을 알리는 전령사 가창오리의 그 화려했던 비행을 주남저수지에서는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

가창오리가 사라진 것은 개발로 인한 먹이터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08년 겨울을 마지막으로 가창오리는 더 이상 주남저수지를 월동하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가 무심코 보아왔던 가창오리의 군무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공연이 아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이다. 이 공연이 사라진 주남저수지에는 재두루미,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가 그 빈자리를 매우고 있다.

가창오리는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겨울철새 중 가장 군집성이 강한 오리로, 수만에서 수십만 마리의 집단 비행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낮에는 수면위에서 하루 종일 휴식을 하고 해질 무렵 동판·주남저수지에서 휴식하던 가창오리 무리들이 주남저수지로 모여 거대한 무리로 합쳐져 먹이터로 나가는 비행을 시작한다.
 
용의 춤사위 가창오리
용 춤사위를 보이고 있는 가창오리.


가창오리는 집단 비행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막이 오르면 작은 무리의 가창오리가 수면위로 저공비행을 시작한다. 무리와 무리가 합쳐져 순식간에 수천에서 수만 마리로 늘어가고 비상하는 날개 짓은 거대한 호수와 가창오리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같은 큰 울림을 다가온다.

가창오리는 공연의 절정은 화려하게 물들이는 일몰 속으로 빨려들어 거대한 용의 춤사위로 그 막을 내리고 짖은 어둠이 깔린 주남지 들녘으로 야간 비행을 떠난다. 가창오리는 밤새 먹이를 채식하고 다음날 아침 일출에 맞춰 저수지로 돌아와 무거운 날개를 접고 긴 휴식에 들어간다.

주남저수지 가창오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1984년 겨울 약 5000여마리의 가창오리가 처음 찾아왔다. 그 이후 매년 개체수가 늘어나 1995년 겨울까지 약 3만 마리로 늘어났지만 주변 환경의 급속한 개발로 인한 먹이터 부족으로 월동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수백 마리가 원조의 명맥을 잇고 있다.
 
가창오리07
가창오리


가창오리는 기러기목 오리과의 우리나라 겨울철새로 몸길이가 40cm이며 군집성이 매우 강한 오리로 큰 무리를 이뤄 월동한다. 수컷은 암컷에 비해 화려하며 얼굴에는 노란색, 녹색, 검은색의 독특한 태극무늬가 있어 북한에서는 태극오리라 불러진다.

부리와 접하는 부분부터 머리꼭대기까지 검은색이고 가슴옆면에는 흰줄이 있으며 길게 늘어진 어깨깃이 화려하다. 앞가슴은 황갈색이고 몸의 옆면은 푸른빛을 도는 회색이며 아래꼬리 덮깃은 검은색이다. 암컷은 쇠오리 암컷과 매우 흡사하며 부리 기부에 둥근 흰색점이 특징이며 목과 멱이 더 흰색이다.

가창오리란 이름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확인된 곳이 경북 달성군 가창면에서 발견되어 가창오리란 이름을 얻었다. 가창오리는 2001년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기준에 의해 발간된 적색자료목록(Red-data book)에 ‘멸종 위기에 처한 취약종’으로 수록된 희귀종의 오리다.

람사르 총회가 개최된 2008년 12월, 8만 대군의 가창오리가 갑자기 주남저수지를 찾아와 학계를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를 찾는 가창오리 개체수가 100만 마리로 급증하면서 먹이터가 부족해 주남저수지를 찾아온 것으로 추정하고 하고 있다. 하지만 8만 마리의 대군이 주남저수지에서 월동하는 것은 불가능했는지 한 달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월동지를 찾아 떠나고 말았다.
 
가창오리와일몰
가창오리와 일몰


가창오리는 시베리아 동부 레나강에서 번식하며 지구상의 가창오리 90%가 우리나라에서 월동한다. 현재 우리나라 가창오리 월동지 해남군 영암호, 금강호, 천수만 과 만경강 등지에 확인되고 있다. 2008년 이후 주남저수지에서는 겨우 몇 백 마리의 가창오리가 찾아오고 있다.

2012년 환경부에서 실시한 전국 조류 동시 모니터링에서 가창오리가 지난해 비해 12만 마리가 감소했다. 2011년도 가창오리는 43만6183마리에서 2012년 가창오리 개체수는 31만8560마리가 확인됐다. 가창오리의 급속한 감소는 번식지인 시베리아 지역의 환경악화와 월동지인 우리나라에서 먹이터 환경 파괴로 가창오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다시 주남저수지에서 화려한 가창오리의 내한 공연을 보고 싶다. 저녁노을 속에서 거대한 용이 춤추는 화려한 군무를 상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 저수지 인근 논의 개발을 최소화하고 먹이터를 조성을 한다면 예년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작은 규모의 내한공연은 기대 할 수 있지 않을까?/경남도청 공보관실 근무

가창오리떼의 군무2
가창오리떼의 군무2
가창오리떼의 군무
가창오리떼의 군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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