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분뇨는 자원이다 <2>
축산분뇨는 자원이다 <2>
  • 강진성
  • 승인 2012.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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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로 이웃과 상생
해밀농장6
고성군 해밀농장은 돼지분뇨를 퇴비화해 마을 주민에게 무상으로 공급하며 주민들과 상생관계를 맺고 있다. 마을주민이 가을배추밭에 뿌릴 퇴비를 가지러오자 장비를 이용해 옮겨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성읍 이당리는 고성군이 친환경재배를 통해 고품질생산 벼를 생산하기 위해 ‘생명환경 벼재배단지’로 지정한 곳이다. 이곳은 생명환경농업 벼 재배 매뉴얼에 따라 화학비료와 농약없이 재배된다. 논을 사이에 두고 50여 농가 맞은 편에 위치한 해밀농장은 돼지 2000두를 사육하는 중형급 농장이다.

해밀농장 강원한(48) 대표는 의령서 농장을 하다 지난 2006년 이곳으로 이주했다. 무항생제와 햅썹( HACCP)마크 획득한 이곳은 돼지가 배출하는 분뇨 전체를 자체 처리하고 있다.

강 대표는 해양투기 금지에 일찌감치 대비했다. 2008년 800t 규모의 액비저장 탱크에 이어 올해 초 같은 규모의 탱크를 추가 설치해 하루 10t씩 배출되는 분뇨를 전량 처리 보관하는 시설을 갖췄다.

해밀농장 강원한 대표

강 대표는 “돼지의 분은 퇴비로 나눠주고 뇨는 액체비료로 만들어 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액비의 경우 6월부터 10월초 까지 벼가 자라는 시기에는 살포할 수 없기 때문에 넉넉한 저장고가 필요하다.

강 대표는 “해양투기를 할 경우 연간 처리비용은 4000만원(월 150t 기준)에 이른다. 지금은 액비를 만들기 위한 전기료(연 1200만원)만 나오기 때문에 처리비용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자체처리하지 않고 관내 처리시설에 위탁할 경우 t당 3만원(월 150t일 경우 450만원)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 해밀농장은 자체처리로 인해 위탁처리 보다 월 350만원 가량 절감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강 대표는 “저장탱크 설치와 액비처리기계 구입에 국비를 지원받기는 했지만 자체비용도 7000만원 가량 들었다. 2년 정도 운영하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 대표가 이곳에 이주할 당시 주민 반대로 농장을 접을 생각도 했다.

강 대표는 “이곳 출신이 아니다 보니 정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분뇨처리시설을 현대화하고 퇴비를 제공하며 주민들을 설득시켰다”고 말했다.

해밀농장은 마을주민과 상생하는 축산농가다.

돼지 똥으로 숙성시킨 퇴비는 판매를 할 수 있지만 전량 마을주민에게 무상으로 지급한다. 마침 이날 마을주민 이상계(75)씨가 가을배추 비료로 쓰기 위해 농장을 방문했다.

이 씨는 “돼지를 키운다길레 처음엔 반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퇴비를 얻을 수 있어 마을에 없어선 안될 곳이 됐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팔아서 수익이 조금 남기면 뭐하나.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농장과 농가가 상생하는게 좋다”고 답했다.

오줌으로 만든 액비는 저장고에 두었다가 벼 수확 이후 논밭에 뿌려진다. 이때도 마을주민이 원하기만 하면 강 대표가 무상으로 직접 살포한다.

강 대표는 “액비를 처리하는데도 돈이 든다. 주민들은 공짜로 퇴비를 얻게 돼 좋고 나는 처리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액비살포를 위해 살포차량과 운반차량, 트랙터, 살포기 등을 구입했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액비살포를 꺼렸지만 작황에 효과가 있자 지금은 서로 찾는다. 이당리의 생명환경재배단지가 해밀농장의 분뇨를 영양분 삼아 키워지는 셈이다.

액비는 1단계 처리만 거쳐도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다. 3단계에 거쳐 처리된 액비를 살포하다보니 냄새에 대한 민원도 거의 없다.

축산분뇨가 오염물이 아닌 자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농가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 대표는 “축산농가가 분뇨를 퇴비화해 일반농가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주민을 이해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축산농가가 혐오시설이 아닌 자원농가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고성군은 해밀농장을 포함해 27개농가가 자체처리시설을 갖추고 있다. 해양투기금지에 대비해 2년간 50억원을 넘게 투자한 결과다. 농업기술센터는 무항생제 안전축산농가에 악취를 대폭 제거하는 바시러스균을 지급해 냄새민원을 줄이고 있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해밀농장5
고성군 해밀농장 강원한 대표가 돼지가 배출한 분뇨에서 오줌을 분리한 뒤 액체비료로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김해시 진목농장 최찬주 대표가 돼지 분뇨를 분리해 퇴비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최 대표는 “‘농장주가 사육에서부터 분뇨처리까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육부터 분뇨처리까지 책임져야”

김해진목농장 최찬주 대표


▲진목농장 최찬주 대표
“생산자가 사육부터 처리까지 책임져야죠.” 최찬주(62) 대표가 돼지 분뇨를 무단투기하는 농가에 따끔한 충고를 했다.

김해시 생림면 생철리에서 돼지를 키우는 박 대표는 남해에서 농장을 시작하다 2년전 이곳에 자리잡았다. 현재 3000두를 키우며 부경양돈조합 포크밸리회원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지난해 말 액비처리시설을 갖췄다. 해양투기금지 이전부터 돼지를 사육하면서 처리시설을 생각해 왔다. 배설물까지 농장주의 몫이라는 의무감 때문이다.

그는 ‘냄새안나는 농장’, ‘누구나 와보고 싶은 농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18억원을 들여 만든 현재의 농장설비는 이런 목표가 반영됐다.

실제 진목농장은 사육두수에 비해 냄새가 적었다. 이유를 묻자 박 대표가 액비탱크에서 돈사까지 뻗어 있는 배관을 가리켰다. 오줌으로 액비로 만든 다음 관로를 통해 돈사로 다시 공급되고 있다. 박 대표는 “액비는 파리, 모기 등 해충과 축사냄새 제거에 탁월하다. 배출된 분뇨를 축사에서 재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액비가 축사에 뿌려지면 냄새가 80%까지 제거된다” 덧붙였다.

재활용하고 남은 액비는 돈을 주고 반출한다. 농장주변에 공장이 많고 농가가 적다보니 액비살포에 어려움이 있다. 액비를 처리업체에 맡기는데 비용이 들긴 하지만 처리되지 않은 분뇨자체를 맡길 때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돼지 오줌 처리비용은 t당 3만원 인데 반해 액비화 시켜 처리할 경우 t당 1만5000원이다.

진목농장에서 발생되는 액비가 1개월에 300t으로 매달 450만원이 절약, 지난해 액비처리시설에 들인 비용 1억 2000만원은 2년이면 회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액비처리시설 덕분에 축사냄새도 줄이고 처리비용으로 절약하고 있다. 해양투기가 금지된 지금 농가별 처리시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라고 말했다.

강진성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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