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와 4·19 단상(斷想)
6·25와 4·19 단상(斷想)
  • 경남일보
  • 승인 2012.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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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학수 (수필가, 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요즘 예순 이전의 사람들은 6·25와 4·19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시기적으로 전자는 1950년이고, 후자는 1960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사건의 역사적 전말을 자세히 알지 못하므로 그 시대 사람들을 무조건 과거와 구태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거기에다 이 일에 대하여 오해하거나 반대로 알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고 딱한 일이다.

회상조차 씁쓰레하고 달갑지 않지만, 십년 간격으로 일어난 그 앞엣 것은 우리의 형제자매가 총부리를 겨눈 남북한 동족전쟁이며, 다른 하나는 학생들의 구국혁명이다. 새삼 설명을 덧붙이면 광복이 되면서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된 상태에 있던 중 북한이 먼저 자유 남한을 갑자기 침략하였고, 학생의거는 당시의 자유당 정권이 독재와 부정선거로 대통령과 부통령을 뽑은 데 대해 대학생들이 일제히 궐기하고 항거한 사건이다.

그 결과 우리 민족끼리의 전쟁은 끝나지 않고 휴전을 하여 남한과 북한이 갈라져서 오늘을 맞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십년 뒤에는 학생혁명으로 인하여 자유당 독재정권은 무너지고, 그해에 다시 총선거를 실시하여 민주당이 집권하였으나 국가는 무질서하고 백성들은 빈한하여 아우성을 치던 차에 군인들이 정치에 참여하여 일거에 나라를 재건하게 되었다.

이제 와서 돌이키면 어언 반세기가 지난 일이다. 누가 말해 벽시계는 고장이 나도 저 세월은 고장도 없다고 했다. 필자는 6·25때에는 지리산 기슭 서부경남 벽지의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4·19때에는 촌놈 중의 촌놈일지라도 수도 서울의 의젓한 대학생이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百聞不如一見)’라는 명언이 있듯이, 화자는 서두의 두 사건을 똑똑히 체험했으니 그 누구보다도 냉정하고 공정하게 비판할 수 있다고 자부를 한다. 특히 그 당시 3·15부정선거로 인한 학생혁명과 민주당 집권 이후의 국내정세는 물론 기아에서 허덕이는 농촌생활의 실태를 그 시대 꿈 많은 청년 고학생의 시각으로 생생하게 바라보았던 것이다.

필자는 참담한 전쟁으로 인하여 집과 옷과 식량이 전소된 채 초근목피 피란살이로 일 년간 학교를 중단한 바 있으며, 서울 지리 한 달도 못 익힌 그날에는 어깨에 어깨를 걸고 중앙청 돌담을 돌아 피 묻은 종로의 거리를 활보하며 애국과 조국을 외쳤었다.

오늘의 어린 대학생과 교수들, 극소수이긴 해도 귀로 듣고 책에서 읽기만 했으니 어찌 6·25와 4·19를 제대로 알겠는가. 아니 6·25전쟁 영웅을 민족반역자로 매도하고, 단일화가 안되면 촛불시위를 주장하겠다며 강단을 등진 국회의원과 교수가 진짜 혁신이고 진보란 말이냐.하긴 늙으면 죽으라는 판사의 아버지는 아직도 살아 있을까. 참말로 희한하고 궁금하다.

/수필가·산청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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