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산림문화를 만끽하자
이 가을 산림문화를 만끽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12.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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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단풍꽃이 만발했다. 주말이면 단풍꽃 구경으로 산내들이 사람꽃으로 울긋불긋하다. 주 5일근무제와 주폭 근절, 웰빙(Well-Being), 여가문화 정착, 행복, 안녕, 복지 등,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국민들을 산내들로 나가게 하고 있다. 실상 경제가 안 좋은 현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가장 저렴하게 가장 즐겁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산내들에서 가능하다. 그것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고 평화와 마음의 안정뿐만 아니라 호연지기까지 기를 수 있으니 일거삼득, 아니 일거오득 이상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복지, 웰빙이 잘못 이해되어 잘 먹고 잘 사는 것, 고가의 상품에 현혹되는 것, 몸짱 만드는 것 등 물질적 가치나 명예에 치우치는 경향도 없지는 않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산내들로 나가기 위하여 몸단장을 하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아예 포기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등산인구가 늘어나면서 아웃도어업체가 늘고 또 기능성 등산용품 등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원인 중에는 남들 눈 때문에, 좀 더 멋져 보이기 위해 치장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에도 이유는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용품을 준비 하려다보니 비용이 늘어나 등산 대열에 끼지 못하겠다는 말이다. 시대적 변화겠지만 예전에는 편한 복장으로 산내들로 나갔고 또 그런 것들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말이다.

진정한 의미의 웰빙은 마음과 몸의 건강을 통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런 좋은 웰빙 중 하나가 숲과의 만남,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고 산림문화를 만끽하는 일이다. 산림문화란 숲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삶 속에 녹아있는, 숲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가치를 담아내는 마음의 표현이다. 등산도 그중의 하나고 산내들로 나아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는 것도 그것이다. 그 뿐인가. 고래로부터 내려온 우리의 마을숲을 찾고 나무와 풀이름을 기억하고 그것의 생태도 관찰하고, 정서함양을 고양하는 것들 모두가 산림문화의 범주이다. 노래와 음악과 문학과 예술에 포함되어 있는 숲과 연관되어 있는 것들 모두 말이다.

숲에는 건강이 있고 정서가 있고 문화가 있고 역사가 있고 삶의 본질이 있다. 숲에 들어 마음이 편안해지고 숲에 들어 행복의 기분으로 이끌어진다. 숲에 들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누가 인사하라고 하지 않아도 산길에서 만난 초면의 사람들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서로 인사를 건네는 것도 모두 숲에서 가능한 일이다. 마음이 열리기 때문이다. 도시의 거리에서 낮선 사람들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하면 아마도 선뜻 같이 인사를 나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누구지? 하는 놀라움과 의아, 그리고 의심까지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숲에서는 아무도 그렇지 않다. 당연한 듯 인사를 나누고 마음으로 평화를 찾는다. 그것이 숲이 가진 매력이다. 숲에서의 문화를 나누는 행위다.

문화가 발달한 나라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올라있다고 자랑하고 있을 때 과연 문화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가수 싸이가 세계적으로 유명인사가 되고 K-팝이 세계에 인식되고 한국이 세계 속에서 알려지게 되었을 때 과연 우리는 문화강국인가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산림문화만 보더라도 유명하다는 산에서 수거하는 쓰레기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훼손되는 지역도 늘어났다는 것은 산림문화적으로 선진국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필자는 백범 김구선생을 흠모하는데, 그분의 나의 소원을 늘 마음 속에 새기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을 받아 가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단풍꽃이 한창일 때 사람꽃들이 단풍꽃과 어울려 산내들을 수놓고 있다. 마음껏 산림문화를 즐기며, 산림문화의 힘을 고양시키는 방법도 한번쯤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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