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노숙
  • 경남일보
  • 승인 2012.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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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시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었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작품설명 :유체이탈 상태에서 누워 있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내가 나일 것 같지 않는 어쩐지 낮선 사내가 진저리나는 삶의 전장에서 밀려나 누었다. 진골 빠지는 노동을 마친 일상을 견디어 준 몸. 그는 누구이며 나는 또 누구인가. 모두가 잠깐의 생에 조연을 마친 노숙자 아닐까. 미안하다 몸이여. (진주문협회장 주강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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