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저편 <214>
오늘의 저편 <214>
  • 경남일보
  • 승인 2012.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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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여자와 아내
아내와 여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여자이기 때문에 아내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도대체 남자들은 알지 못했다. 나아가 아내의 존재가 남편의 소유물이 아닌데도 그들은 자기만 바라보아 주기를 열망하고 있었다.



구름 속으로 흐르고 있었던지 음력 유월의 초승달이 하늘 가운데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학동마을은 산을 등지고 있어서인지 아직은 잠을 설칠 정도로 덥지 않았다.

“누, 누구야?”

몸을 뒤척이다 옆에 누군가 있는 것을 느낀 진석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상대가 아내라는 건 바로 알아차렸다.

“그냥 이대로 당신 옆에 누워만 있을 게요.”

정말로 민숙은 꼼짝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 있었다. 남편이 잠들기만을 기다렸다가 슬그머니 방안으로 들어온 그녀였다.

“안 돼. 용진 엄마, 민숙아, 안 돼. 당신 방으로 가.”

홑이불 속에서 재빨리 몸을 빼낸 진석은 벽 쪽으로 엉덩이를 밀었다.

“그냥 누워만 있겠다니까요?”

.끈적끈적한 목소리로 말하며 민숙은 고집을 피웠다.

“제발 민숙아!”

진석은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당신 다 나았잖아요?”

누운 채 남편을 올려다보았다. 오로지 아내를 걱정하는 그의 마음속까지 함께 보였으면 좋았을까. 그날따라 쭉 뻗은 남편의 두 다리가 가슴 아리도록 아름답게 보였다. 다리가랑이 사이는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진찰을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어?”

답답한 얼굴로 벽을 바라보던 진석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그도 아내가 여자로 보이고 있어서 제바람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엇, 정말 내가 다 나았을까!’

영감처럼 그의 뇌리를 스친 생각이었다. 근래엔 은근히 아랫도리에 힘이 뻗치곤 하지 않았던가.

의사였던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진석은 서울로 몇 번 더 찾아갔다. 무엇보다도 직접 얼굴을 드러내 놓고 찾아다닐 수 없어서 답답했다. 민숙에게 친한 친구들의 주소를 죄다 가르쳐 주며 수소문해 보라고 했다. 부산으로 피난을 갔을 것이라고 했다. 납북되었을 것이라는 말도 주워듣고 왔다.

“몰라요. 상관없어요.”

민숙은 엎드려 누웠다.

“우리 산책하자.”

진석은 문 쪽으로 성큼 다가갔다. 발병진단을 받았던 그때 친구가 했던 말이 새삼 속귀에서 되살아나고 있었다. 나균은 공기 중에 나오면 삼분 이내에 죽어버린다고 했다. 물론 이런저런 조심만 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전염되는 확률이 무척 낮다는 말도 했다.

‘될 수 있는 한 부부관계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친구가 그렇게 말했다. 잠자리를 같이 한다고 꼭 전염되는 병은 아니라고 하면서 도 그랬다.

“싫어요.”

배밀이로 남편에게 몸을 당겨간 민숙은 양팔로 그의 다리를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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