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 급한 그 놈, 맛보면 젓가락이 바빠진다
성질 급한 그 놈, 맛보면 젓가락이 바빠진다
  • 경남일보
  • 승인 2012.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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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8>통영 욕지도이야기
고등어회
고등어회
 
통영에서 뱃길로 32km 떨어진 크고 작은 71개의 보석 같은 섬으로 이루어진 섬 욕지도는 연화도 상노대도 하노대도 두미도 초도 등 한려수도의 끝자락에 흩어진 39개의 섬을 어우르는 연화열도(蓮花列島)의 맏형이다. 면적 14.5㎢에 해안선의 길이는 31km에 이르는 그다지 크지 않고 비교적 아담한 섬이지만 언젠가 남겨둔 한줄기 그리움을 찾아 설레는 가슴을 안고 섬 트래킹을 하기위하여 이른 아침에 욕지도로 향한다.

주중에는 근무하기 위하여 매일 다니는 길이지만 오늘은 또 다른 기분으로 통영을 향하여 고속도로를 달린다. 여느 때와 다르게 다가오는 차창 밖의 모습을 보며 여유로운 주말이 있다는 것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며 마음은 벌써 망망대해에 떠있는 듯하다. 오전 7시에 진주를 출발하여 통영 산양읍의 삼덕항으로 이동하여 오전 8시3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아름다운 한려수도를 바라보며 가슴이 활짝 트이는 것을 느낄 쯤에 욕지도에 도착하니 오전 9시20분이다.

아름다운 섬마을 욕지항! 갯내음이 은은하게 코끝을 간질이고 색색의 등대가 있어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날씨가 좋으니 바다, 산, 하늘은 서로 잘 어우러지고 그 속으로 나도 뛰어들어 오늘 하루를 더 잘 꾸며보자고 마음먹는다.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하여도 되지만 일단 해안을 따라 난 길을 걸으며 욕지항의 오밀조밀한 아름다움을 포근하게 느끼며 야포까지 걸어가서 산으로 오르기 전에 잠시 휴식을 하며 오늘 둘러볼 길을 설명하여 힘을 더한다.

이제 산으로 올라 본격적인 트래킹을 시작한다. 산으로 오르고 싶지 않은 일행도 있지만 막상 급한 경사를 오르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해지고 발아래 넓게 펼쳐지는 다도해의 장관을 보는 순간 너무 좋아한다. 섬에서는 조금만 올라도 시야가 급격하게 넓어지니 순간순간의 장관으로 감탄사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잠깐 오르니 땀이 비 오듯 하지만 오를수록 더 넓고 멀리 보이는 한려수도의 전경은 경이로웠다. 잠시 후 일출전망봉에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고 시원한 해풍에 땀을 씻으며 여유를 즐기면서 에너지를 보충한다.
 
욕지항과 천황봉
욕지항과 천황봉


아~! 눈이 시릴 정도의 탁 트인 푸른 바다를 바라보니 가슴이 시원하다. 섬과 섬 사이로 펼쳐지는 평화로운 바다풍경이 금빛 햇살이 부셔져 내려와 은빛 가루를 뿌려 놓은 듯 반짝거리던 쪽빛바다. 조금 차갑게 느껴지던 바람을 맞으니 온 몸이 다 시원하다. 분주한 일상을 내려놓고 욕지도 트래킹을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하며 천천히 걷는다. 똑 같아 보이는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서 멋진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그 변화에 넋을 놓고 즐기며 걷고 또 걷는다. 바닷가 바위벽에 부서지던 새하얀 물방울, 점점이 떠있던 이름 모를 작은 섬, 시선이 머무는 어느 곳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세 바위로 이루어진 무인도인 삼여도를 굽어보니 그림 같다.

우리민화에도 세 마리의 물고기가 물속에서 여유롭게 헤엄치며 노는 그림 삼여도가 있다. 여기서 ‘삼여’란 세 가지 여가시간을 가리키는 말로 ‘삼국지’위지 왕숙전에 나오는 동우라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이 동우에게 학문에 대하여 도움을 청하니 책을 백번만 읽으면 저절로 길이 트일 것이라고 하자, 그 사람은 바빠서 도저히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니, 세 가지 여가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세 가지 여가란 밤, 겨울, 비오는 날로, 밤은 하루의 나머지 시간이고, 겨울은 일 년의 나머지이며, 비오는 날은 평상시의 나머지 시간으로 농사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여가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세 마리의 물고기를 그린 그림은 학문하는 사람들에게 학문하는 정신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삼여도
삼여도


욕지도의 대표적인 절경 중 하나인 삼여도. 사진으로 봐서는 얼마나 아름답겠느냐 생각하겠지만 보는 순간 ‘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삼여도 뒤쪽의 에덴동산. 그 곳은 딸이 암 선고를 받자 요양하러온 딸과 같이 여기에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하며 딸의 암도 치유가 되었단다. 두 모녀가 한단 한단 쌓아올린 벽돌이 지금의 에덴동산이라고 하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모녀가 한 일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어머니의 딸에 대한 사랑이 가꾼 모습만큼이나 아름답게 느껴지며 경치 또한 절경이다.

이제 먹는 즐거움을 찾아야 할 시간이다. 길은 멀지만 서둘러 부두로 돌아와 먼저 고등어회로 혀끝을 달랜다. 오전 내내 걸어 시장하지만 오늘 하루 동안에 욕지도의 음식을 다 먹어보려면 한가지로 한 끼를 때워서는 안 되겠기에 일단 고등어를 세 마리만 시켜서 맛을 본다. 야~! 맛있네! 정말 혀끝이 살살 녹는 듯하다. 낚시로 잡은 고등어를 수족관에 넣었다가 바로 회를 떠서 먹는 고등어 맛. 기름기가 많아 느끼할 것이라 생각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제까지 다양한 활어를 회로 먹어보았지만 고등어 회맛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주인장의 말을 빌리면 고등어는 성질이 급하여 낚시를 하여도 금방 죽기 때문에 바다 속과 같은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면 살려놓을 수가 없고, 또 아무리 좋은 환경을 만들어도 3일을 넘기기 어려우며 이동하기도 어렵단다. 우리가 먹은 고등어는 오늘 아침에 낚시하여 가져온 것이라 한 맛 더한다는데, 껍질을 벗겨내고 그냥 썰어서 조그마한 소쿠리에 담아 옆에 마늘과 고추만 놓아 초간장과 낸 것인데 그 맛에 나를 반하게 했다.

이제 한양식당으로 간다. 수협을 지나 식당 앞에 도착하니 벌써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내가 음식을 주문하기 위하여 먼저 왔기에 일단은 주문을 해놓고 앉을 자리를 찾아 기다리고 있으니 일행들이 도착하고 곧 이어 내 이름을 불러 정해주는 자리에 앉아 맛있는 해물짬뽕을 기다린다. 옆 테이블의 다른 손님들이 먹는 음식을 보니 맛깔스럽게 보였는데, 드디어 우리 테이블에도 주문한 해물짬뽕을 내어와 차린다. 보기에 푸짐했는데 젓가락으로 집어보니 새우 조개 오징어 등 해물들이 가득하다.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먹고 또 먹어도 그 양이 줄지 않아 행복하고 감칠맛 나게 깊은 맛에 취하여 국물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고등어회에 소주도 한잔하고 그기에 해물짬뽕의 따끈한 국물까지 먹었으니 취기가 오른다. 하지만 이제 천황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오르는 길에 에덴동산 쪽의 마당바위에서 내려다본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있던 크고 아름다운 조화를 그리며 욕지항을 내려다보니 바다 위에 그림을 그려 놓은 듯 섬들이 평화롭게 보인다. 하늘도 바다도 맑고 푸르른 날에 햇살은 너무 아름다웠던 오늘 하루 모든 여건이 맞아 떨어져 행복한 순간이다. 염소가 놀던 자리에 앉아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과 욕지도에서 보낸 소중한 하루를 내 추억 바구니에 담을 수 있어서 행복했고 욕지도에 갈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날이었다.

욕지도(欲知島) 어감은 이상해도 ‘알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섬’이란 의미로 해석되는데, 유래는 100여년 전 한 노승이 시자승(시중을 드는 스님)을 데리고 인근 연화도의 상봉에 올랐는데, 시자승이 도에 대해 묻자 노승은 ‘욕지도관세존도(欲知島觀世尊島)’라고 답하며 이 섬을 가리켰다. 이는 ‘욕지도가 세존도를 바라본다’고 해석하는데, 그 속뜻은 ‘알고자 하는 의욕이 있으면 석가세존을 본받아라’는 것이라 한다.

욕지도를 둘러보며 난생 처음 먹어본 고등어회는 아직도 그 맛이 부드럽게 다가와 입맛을 다시게 한다. 해물짬뽕도 어찌나 맛이 좋았던지…. 오늘의 짬뽕을 먹을 생각을 하니 무거웠던 발걸음도 가벼워졌다는 동행한 님의 말이 지금도 귓전을 울린다. 그리고 비탈진 밭에서 생산하여 맛이 좋기로 유명한 고구마도 한 박스 샀는데 육지 고구마 가격에 비하면 가치를 매기기 곤란하지만 다시 가보고 싶은 욕지도, 그 넘어 바람이 찬 바닷가 벼랑끝에 뛰놀던 흑염소 놀던 곳까지도 사랑하고 싶다.

욕지지도
욕지지도
삼여도1
삼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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