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 범죄 사건과 우연의 일치
176. 범죄 사건과 우연의 일치
  • 경남일보
  • 승인 2012.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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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의 생활 속 수학이야기>
196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머리를 묶은 금발의 한 여자가 다른 여자의 지갑을 낚아챘다. 이 도둑은 걸어서 도주했는데 나중에 구레나룻와 콧수염을 가진 흑인이 모는 노란색 차에 타는 것이 목격되었다. 경찰조사 결과 구레나룻와 콧수염이 있고 노란색 차를 가진 흑인 남자와 어울리는 머리를 묶은 금발 여자를 발견했다. 이 커플과 범죄를 연관시킬 만한 물증이나 이 두 사람을 확인해 줄 목격자는 없었다. 그러나 위 사실에 대한 합의는 있었다. 검사는 그런 커플이 존재할 확률이 아주 낮기 때문에 경찰이 진짜 범인을 잡았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제의 범인들이 가진 특징들에 다음과 같이 확률을 부여했다. 노란색 차 1/10, 콧수염을 가진 남자 1/4, 머리를 묶은 여자 1/10, 금발의 여자 1/3, 구레나룻을 가진 흑인 남자 1/10, 한 차에 타고 있는 인종이 다른 남녀 커플 1/1,000. 이 특징들이 서로 독립적이므로 무작위로 선택된 남녀가 이 모든 특징을 가질 확률은 모두 다 곱하면 1/12,000,000이다. 검사는 이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문제의 커플이 범인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그 남녀를 유죄라고 평결했다.

이 사건은 캘리포니아 최고법원에 상고되었는데 거기서 또 다른 확률 논증을 근거로 판결이 뒤집혔다. 소송의 피고측 변호인은 1/12,000,000은 사건과 관련이 있는 확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앞서 열거된 특정한 특징을 가진 남녀 커플이 적어도 한 쌍(기소된 커플)이 있는 터에 아마도 2,000,000커플 정도가 사는 로스앤젤레스만한 크기의 도시에서 그런 커플이 한 쌍 이상 존재할 확률은 그렇게 작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항확률분포와 1/12,000,000 이란 숫자를 바탕으로 그 확률은 약 8%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 수치는 작지만 확실히 이유 있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수준이다. 캘리포니아 최고법정은 이 주장에 동의했고 결국 앞서의 유죄 평결을 뒤집었다. 확률이 12,000,000분의 1이든 어떻든 간에 확률이 낮다는 것 자체가 반드시 어떤 것의 증거일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 커플의 경우처럼 있을 법하지 않다는 점이 더 설득력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피고인측 변호인의 논증이 옳다. 예로서 로또 복권 45개의 숫자 중에서 6개를 고르는 방법은 8,145,060가지로 모두 똑같은 가능성을 가졌는데 보통 사람들은 1,2,3,4,5,6 또는 2,4,6,8,10,12의 숫자보다는 3,10,18,27,34,42와 같은 번호를 왜 더 선호할까? 보통 사람들은 이어지는 연번호가 나올 확률은 매우 낮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수학적 확률은 같다. 현재 복권발행 횟수가 적어서 연번호가 당첨되는 경우가 없어 보이지만 횟수가 많아지면 당첨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생사 모든 것을 확률로만 살 수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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